영화.공연계, 불황 극복 묘안 속출

소지섭과 강지환이 주연한 액션 영화 '영화는 영화다'는 개봉 3주 만에 관객 130만명 이상을 모았다.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와 깡패같은 배우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은 벌써 15억여원의 흑자를 기록 중이다. 총제작비 50억원이 드는 평균 상업영화였다면 여전히 적자이겠지만 순제작비 6억5000만원,프린트 및 배급 마케팅 비용 16억5000만원 등 총 23억원이 투입돼 손익분기점은 70만명 정도다.

이처럼 제작비가 적게 든 것은 소지섭과 강지환이 영화계 불황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흥행수익을 나누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문화계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제작비와 개런티를 크게 낮추고 일부 배우들도 출연료를 투자로 돌리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일반 티켓 판매가 급감하면서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예산 절감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8월 개봉된 공포영화 '고사'는 약 20억원을 벌었다. 평균작의 절반 수준인 25억원을 들여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30억원 규모의 총제작비를 투입한 유해진.진구 주연의 '트럭'과 전도연.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는 최근 1주일 만에 3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손익분기점 90만명을 금세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손실을 보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제작사 측의 계산이다.

이달 중 개봉할 예정인 공효진 주연의 '미쓰 홍당무',문소리 이선균 김태우 주연의 '사과' 등도 총제작비가 23억∼30억원 수준이어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나영.오다기리 조 주연의 김기덕 감독 작품 '비몽'은 총제작비가 9억원에 불과해 30만명만 모으면 흑자를 낼 수 있다.

불황으로 영화제작 편수가 줄면서 출연 기회가 줄어든 배우들은 개런티를 스스로 삭감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공연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돈 주앙' 등의 라이선스 공연을 맡은 공연 기획사 NDPK는 최근 문화에 관심 있는 120여개 기업의 마케터 250명을 초청해 뮤지컬 갈라콘서트와 함께 마케팅 페어를 진행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공연기획사가 갖고 있는 콘텐츠의 핵심을 직접 보여준 뒤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설명하는 자리였다. 공연기획사들이 일일이 기업을 돌아다니며 서류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여준 것과 다른 전혀 방식이다. 경기 불황으로 일반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단체 구매가 가능한 기업 고객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NDPK는 지난해 LG전자가 태양의 서커스 '퀴담' 공연을 공식 후원하고 TV광고에 소스로 활용한 후 실질적인 매출 상승의 효과를 누린 것을 보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실제로 이 행사를 통해 NDPK에 연말 고객 사은 행사용 공연을 함께 진행할 것을 주문한 기업이 10군데에 이른다.

유재혁/박신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