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환보유액 역설…하이에나型 환투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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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환보유액 역설'이라는 용어가 재등장했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도하면 이 틈을 타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이 더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해당 국가의 외환보유액과 외환당국의 개입능력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발생한다.
외환보유액 역설로 고통을 당했던 대표적인 시기는 외환위기 때다. 당시도 지금처럼 환율이 올라갈 때마다 외환당국이 대증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의심받게 되자 '달러 투기매입 → 환율급등 → 달러 매도개입 → 외환보유액 감소 → 달러 추가 투기매입'이란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당시 외환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결국 환율은 2000원대로 급등해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이것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라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본때론'이다.
지금도 외환당국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거시경제 기조가 성장과 안정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환율상승 용인과 개입이 반복된 데다 개입 방식도 시장 참여자들의 협조를 구하기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점심시간을 틈타 대규모 매도 개입하며 오히려 시장질서를 왜곡시켰다.
우리처럼 외환위기로 심한 고통을 겪은 나라에서는 외환보유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절대 규모가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제주체들은 불안해한다. 더욱이 올해처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모기지 사태에 따른 국제자금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으로 외국인자금 이탈과 해외차입이 어려운 때는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게 현실이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도 무의미하다. 추정하는 방법에 따라 이 규모가 우리만 하더라도 무려 100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단기외채에 국내 통화량의 10%를 더한 적정 외환보유액은 무려 3000억달러가 넘는다. 일부 주장대로 이 모델로 추정한 외환보유액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지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액 역설현상을 잡지 못하면 모기지 부실사태에 따른 '나비 효과'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되면서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일부 외신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투기세력들이 이런 불안심리를 조장할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과 외환보유액 감소,환율상승 간 악순환의 고리가 '하이에나형 환투기'로 변질돼 더 빨라질 수 있다.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에 몰릴 때나 그 후 외환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이런 현상은 종종 발생했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외환보유액 역설 현상을 차단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다. 이 방안에서는 외환당국의 주도력 확보,선제적인 정책대응,정책수용층 간 긴밀한 협조 등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처럼 너무 조급한 마음에 단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금물이다. 모기지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당국이 보여주는 식의 단기 대증적 정책대응은 나중에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책을 수용하는 측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환투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산 손실을 가져다 주고 국가 전체에는 경기침체,외환위기와 같은 재앙을 초래하는 외부 불경제(dis-externality)가 나타난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책 수용층 모두가 공공선(公共善)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주변국과의 공동대응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자세는 금물이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 중국 대만 등과 구축해 놓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미흡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보완해 놔야 외환보유액 역설 현상과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도하면 이 틈을 타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이 더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해당 국가의 외환보유액과 외환당국의 개입능력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발생한다.
외환보유액 역설로 고통을 당했던 대표적인 시기는 외환위기 때다. 당시도 지금처럼 환율이 올라갈 때마다 외환당국이 대증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의심받게 되자 '달러 투기매입 → 환율급등 → 달러 매도개입 → 외환보유액 감소 → 달러 추가 투기매입'이란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당시 외환당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결국 환율은 2000원대로 급등해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이것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라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본때론'이다.
지금도 외환당국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거시경제 기조가 성장과 안정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환율상승 용인과 개입이 반복된 데다 개입 방식도 시장 참여자들의 협조를 구하기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점심시간을 틈타 대규모 매도 개입하며 오히려 시장질서를 왜곡시켰다.
우리처럼 외환위기로 심한 고통을 겪은 나라에서는 외환보유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절대 규모가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제주체들은 불안해한다. 더욱이 올해처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모기지 사태에 따른 국제자금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으로 외국인자금 이탈과 해외차입이 어려운 때는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게 현실이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도 무의미하다. 추정하는 방법에 따라 이 규모가 우리만 하더라도 무려 100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단기외채에 국내 통화량의 10%를 더한 적정 외환보유액은 무려 3000억달러가 넘는다. 일부 주장대로 이 모델로 추정한 외환보유액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지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액 역설현상을 잡지 못하면 모기지 부실사태에 따른 '나비 효과'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되면서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일부 외신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투기세력들이 이런 불안심리를 조장할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과 외환보유액 감소,환율상승 간 악순환의 고리가 '하이에나형 환투기'로 변질돼 더 빨라질 수 있다.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에 몰릴 때나 그 후 외환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이런 현상은 종종 발생했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외환보유액 역설 현상을 차단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다. 이 방안에서는 외환당국의 주도력 확보,선제적인 정책대응,정책수용층 간 긴밀한 협조 등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처럼 너무 조급한 마음에 단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금물이다. 모기지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당국이 보여주는 식의 단기 대증적 정책대응은 나중에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책을 수용하는 측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환투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산 손실을 가져다 주고 국가 전체에는 경기침체,외환위기와 같은 재앙을 초래하는 외부 불경제(dis-externality)가 나타난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책 수용층 모두가 공공선(公共善)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주변국과의 공동대응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자세는 금물이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 중국 대만 등과 구축해 놓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미흡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보완해 놔야 외환보유액 역설 현상과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