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끝내고 지난 1일 오전 10시20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정길 실장에게 "경제 상황이 어떠냐"고 물은 후 '서별관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서별관 회의는 '거시정책협의회'의 별칭으로 청와대 영빈관 옆 서별관에서 열려 붙여진 이름이다. 통상 기획재정부 장관이 '좌장' 역할을 하며 금융위원장,한국은행 총재,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데 이날은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선물"이라며 수제비를 점심으로 제공한 뒤 1시간30분 동안 미국발 금융위기 대책을 집중 협의했다.

2일 오후엔 수석 비서관들을 불러 모았다. 이어 개천절 공휴일인 3일 오전 8시엔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 멤버들에겐 전날 밤 일정이 통보됐으며 네 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이 벌어졌다. 러시아 방문 이후 하루에 한 번꼴로 장관,수석들과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4일(한국시간) 예정된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표결 결과나 시장 움직임에 따라 긴급 대책회의를 자주 가질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미국 상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부문으로 옮겨 붙으면서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만 믿다가 IMF외환위기 상황을 맞았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쇠고기 파문으로 흔들렸던 국정 장악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경제 대통령' 이미지 굳히기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회의를 통해 나타난 이 대통령의 금융 위기에 대한 인식은 대비는 철저히 하되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돼선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일 회의를 주재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비관론 확산은 경제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