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임원인 안모씨(51)는 3주 전 일요일 아침 아찔한 경험을 했다. 부인과 공원을 산책하던 중 갑자기 호흡곤란 및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 주위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동안 부인은 119로 신고해 신속하게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심해져 부정맥(심실세동)까지 동반한 상태였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은 심장조영술 및 풍선확장술을 시행해 50여분 만에 막힌 혈류를 재개시켰다. 이틀간 중환자실에 머문 안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처럼 돌연사 원인의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급성 심근경색은 늦어도 3시간 안에 치료해야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올해 보건복지가족부는 환자가 처음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부터 혈전용해제 투여,풍선확장술,스텐트(탄성형 금속그물망) 삽입술 등의 치료를 마치는 데까지 걸리는 적정시간을 120분 이내로 제시했다.

이 분야에서 영동세브란스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치료 속도를 자랑한다. 2007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찾아온 70여명의 환자를 응급치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8분에 불과했다. 치료성적도 뛰어나다.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시술 후 120분 이내에 심장관상동맥이 재개통된 비율은 89.4%로 국내 정상급이었다.

이는 심장혈관센터가 심혈관 응급환자의 빠른 소생을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응급시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심장 전문의 및 심장혈관 촬영실 의료진이 상시 호출에 대기하고 있고 응급환자가 접수되면 관련 의료진이 모두 소집돼 일사불란하게 검사부터 시술까지 진행한다. 이와 함께 센터는 전문의 간 협진,경피적 체외순환보조장치(PCPS) 도입을 통한 안전한 중환자 치료,대동맥부터 말초혈관에 이르는 통합 혈관 치료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권혁문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심장질환은 같은 장비 및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의료진의 숙련도와 판단에 따라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60분 이내에 모든 치료과정을 마친다는 목표로 응급 절차를 단순화하고 인프라를 확충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