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금융구제법안이 통과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무절제한 '돈 놓고,돈 먹기'식의 '카지노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교란시켰다는 비판이다.

유럽 남미 러시아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은 1일 미국 정부에 금융위기를 조속히 타개할 것을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국의 무책임한 금융시스템이 전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며 "미국은 결국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일어나는 모든 일은 미국에서 시작됐다"며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 시장 개방 등을 강요받았던 개발도상국 지도자들도 월가의 탐욕 때문에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0세기에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우리가 국제 금융시스템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미계로 알려진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도 "현재의 금융위기는 고삐 풀린 야생마와 같다"며 "전 세계가 미국에 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세계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미국이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 스스로는 물론 세계를 위해 정치적 수완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사회당 그룹의 마틴 슐츠 의장은 "이번 위기는 자신들의 호주머니만을 채우는 데 급급한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의 무절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