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74, 반대 25표..3일 하원 표결 주목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1일(현지시각) 상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돼 하원에서도 법안을 곧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시장 안팎에서 키웠다.

상원은 이날 표결에서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및 예금보호 한도 확대, 세금감면 등이 포함된 법안을 찬성 74표, 반대 25표로 가결했다.

상원의 구제금융법안은 이송 절차를 거쳐 오는 3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이제 하원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상원이 압도적 표차로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지난달 29일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켰던 하원에 상당한 압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상원의 구제금융법안은 하원에서 그대로 통과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이는 대공황 이후 미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정부의 시장개입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재무부는 금융위기를 키워온 모기지와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을 대대적으로 정리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추고 시장의 정상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민주와 공화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나서 법안 찬성을 독려했다.

오바마는 이날 상원에서 표결을 앞두고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위기가 재앙으로 바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매케인은 워싱턴으로 오기 직전 "우리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하면 우리의 경제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표결에 앞서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 대표는 법안이 상원에서 여야의 초당적 합의로 통과되면 오는 3일 하원에서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이어 대표는 "하원의 양당 지도부는 동료 의원들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상원 법안에 대한 다수의 지지가 있으면 상원안을 금요일 상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상원에서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된 직후 하원도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미국인들은 하원이 이번 주에 법안을 통과시켜 내 책상으로 이송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미국 경제는 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구제금융법안의 상원 통과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업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줬고 미국경제를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원을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은 지난달 29일 하원이 부결시켰던 법안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둔 채 하원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예금자 보호와 세금 감면, 회계기준에서 시가평가의 유예 등의 조항을 추가했다.

상원 법안은 정부가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들여 금융회사들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도록 하고 의회가 공적자금 사용에 통제력을 행사하게 하는 기본 골격은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시중은행의 연쇄 도산에 따른 예금자들의 불안심리 진정을 위해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한시적으로 늘리고 중산층 세금감면,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비와 대체에너지 사용 등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또 금융회사들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선물파생상품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대손 상각 부담을 키우는 시가평가제를 미루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하원에서는 상원안에 법인세와 에너지세에 대한 감면 혜택 연장 등 세금감면이 들어 있는 것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표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방이 예상된다.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해 상원안에 추가된 내용을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문제를 지적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상하 양원 지도부는 대선 일정과 관계없이 구제금융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회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