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러 양국이 29일 합의한 가스분야 협력사업은 △향후 30년간 천연가스 구매 900억달러 △석유화학단지 및 LNG(액화천연가스)플랜트 건설 90억달러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30억달러 등 총 사업 규모가 1000억달러 규모를 웃도는 초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다. 특히 러시아가 제안한 대로 가스관이 북한을 경유하게 된다면 남북 경제협력에도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국 합의에 따라 2015년부터 매년 러시아에서 도입될 천연가스 750만t은 국내 총 예상소비량(3350만t)의 약 20%에 해당되는 규모이자 지난해 국내 가정용 소비량(1250만가구ㆍ780만ㆍ)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양국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동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해 아시아ㆍ태평양지역으로 수출 길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이해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당초 한국에 공급할 천연가스의 루트로 해상(동해)과 육상(북한)을 함께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북한 경유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러시아 측이 북한을 통과하는 루트가 가장 경제적이라고 판단해 우리 측에 제안해 온 것"이라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북한 경유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LNG선을 통해 공급을 받을 수 있는 보장장치를 최종계약서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주체인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의 가즈프롬은 앞으로 2년간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인 뒤 2010년 최종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후 2014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이 건설되면 2015년부터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한국에 도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동의 여부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가스관의 루트를 확정하고 건설하는 책임은 공급하는 국가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북한과 협의를 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비공식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할 경우 북한은 연간 1억4000만달러의 통관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다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PNG 도입방안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같은 양의 천연가스를 LNG 또는 CNG(압축천연가스)로 도입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키로 했다.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이번에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에서 공동으로 석유화학단지 및 LNG플랜트를 건설,함께 운영하고 판매(수출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이미 연간 100만t 생산규모의 폴리에틸렌 공장과 500만t 생산규모의 LNG플랜트 건설방안을 가즈프롬에 제안해 둔 상태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키로 했으며,가스공사는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재훈 차관은 "러시아의 자원과 우리의 기술 및 자금력,해외 마케팅 능력이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모스크바=홍영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