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멜라민 독분유 파동,국제 금융 위기로 반토막난 펀드 손실 등으로 제품 성분 표시와 약관 내용 등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호모 도큐멘티쿠스(설명서 읽는 사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주요 식품 매장에는 '중국산 멜라민과 관련된 제품을 매대에서 철수시켰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이와 상관없이 가공식품 포장지 뒷면에 깨알같이 적힌 성분 표시를 일일이 읽어보고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자양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지은씨(32)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제조사나 제품명 등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골랐지만 멜라민 파동 이후에는 내용물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 위기로 인한 펀드 손실을 계기로 약관 내용을 다시 들춰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호모 도큐멘티쿠스' 현상에 대해 김혜숙 아주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생존욕구와 안전욕구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과민 반응이 설명서 등에 대한 일종의 집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불안과 불신의 시대상이 설명서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만든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명서 자체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로 이뤄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자청징농축액3%(고형분45% 이상),말토올리고당,트레할로스,효소처리루틴'처럼 성분 표시를 아무리 읽어도 제품이 '안전한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것.

펀드 약관도 마찬가지다. '투자신탁의 수익권은 수익증권의 종류별로 1좌의 단위로 균등하게 분할하며 수종의 수익증권으로 표시하며 수익자는 투자신탁원본의 상환 및 투자신탁이익의 분배 등에 관하여 수익증권의 종류별로 수익증권의 좌수에 따라 균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식이다. 다양한 루트로 제품이 수입되다 보니 일어나 스페인어,불어로 쓰여 해독 불능인 설명서를 접할 경우도 자주 있다.

김동욱/이재철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