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침체에다 시중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증권시장 안팎에서 돈줄이 마르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중소 상장사들이 잇따라 타법인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있다. 부족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스닥 중소업체들은 최근 하락장에서 청약시장이 얼어붙자 유상증자 계획을 자체적으로 철회하는 등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을 처분키로 결정한 업체는 모두 80개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유사한 수준이나, 6월 이후 타법인 지분을 처분키로 한 업체가 절반에 달해 하반기 중소 상장사들의 심화된 자금난을 실감케 했다.

IT부품업체인 비전하이테크는 지난주 계열사이자 완구제조업체인 영실업의 보유지분 40만주를 전량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52억3100여만원으로 자기자본(2008년 반기)대비 54.81%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수했다.

비전하이테크는 이같은 내용의 공시를 통해 "사업구조 개선과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봉제 완구 및 유아용품 제조업체인 소예는 자기자본(2008년 6월 재무제표 기준) 대비 6.88%에 해당하는 의료용품 업체인 다우메딕스 지분 30만주를 전량 처분해 23억원 가량을 회수, 유동성을 확보했다.

HS바이오팜은 보유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HS바이오팜은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계열사이자 의약품제조 및 판매업체인 경남제약의 보유주식 20만주(지분비율 100%) 중 일부인 4만주(20%)를 처분, 5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NHS금융은 타법인에 투자한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투자금을 회수했다.

NHS금융은 올해 5월20일 위치기반 생활정보 제공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맵앤라이프의 주식 5만2000주를 취득키로 결정한 이후 3개월 가량 지난 9월8일에 보유주식 전량을 다시 매각했다.

에코에너지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 판매업체인 오클린의 보유주식 42만2000주를 처분, 9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처분 후 소유주식수는 4만8000주, 지분비율은 2.04%로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및 국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계열사 지분을 처분,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며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는 건전한 기업도 운전자금 부족으로 흑자도산할 수 있는 만큼 현금 보유가 많은 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