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주말 국회에서 열린 한 초청토론회에서 "욕을 먹어도 불합리한 것은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0월 중 수도권 공장 신ㆍ증축 규제 완화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대립 구도 때문에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이 죽는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며 "지방은 특성화해 개발하는 정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투자계획을 세워 놓고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이런 저런 법과 규정에 묶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닌 실정이고 보면 이런 방침은 옳은 방향임에 틀림없다. 꼭 필요한 시설인데도 공장 신ㆍ증설이 불허돼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큰 차질을 빚는가 하면,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떠나는 사례 또한 적지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해 말 18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 규제로 설비증설이 지체된 금액 만도 2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 집중억제를 명분(名分)으로 과도하게 이뤄져온 수도권 규제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새 정부는 공장총량제 완화방침을 내놓고,그린벨트와 군사보호구역의 상당 부분을 해제하는 등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느끼기에는 아직도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의 경우 덩어리 규제를 풀지않고 개별법에 정해진 규제만 손대서는 기업의 입지확보나 공장 신ㆍ증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수질환경보전법 등에서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 당국은 수도권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牽引車)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혁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규제완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더라도 난개발이 이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적절히 관리해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