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해갈' 불투명
국제금융시장 신용경색 해결이 변수

정부가 26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100억달러 이상을 외환스와프시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외환시장은 일단 패닉(심리적 공황)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발표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조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과 함께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이날 시장 막판 환율이 급등,정부의 조치가 빛이 바랬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외평기금 투입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이날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 차이)는 1개월물 기준으로 -1원50전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10원,24일 -8원,25일 -5원50전에 이어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현물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로 그만큼 외화자금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와프포인트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 이전까지만 해도 플러스였지만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일단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은행 자금담당자는 "최근 1년물이나 1개월물은 고사하고 오버나이트(overnightㆍ하루짜리 달러차입)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해법은 결국 정부가 달러를 공급하는 것뿐"이라며 "최악의 달러 기근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화유동성은 여전히 부족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조치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7월 이후 두 달가량 외환시장에 200억달러의 달러 매도 개입을 했지만 달러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신용경색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이번 조치도 일시적 효과를 얻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조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달러 유동성 부족사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한 국내은행의 자금담당자는 "여전히 1개월 이상 기간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고,달러기근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게다가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은행들의 외화대출 회수와 수출환어음 매입 축소 등이 불가피해 수출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 외환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부메랑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용위기가 더 커지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든다면 정부의 달러 공급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용어풀이 ]

외환 스와프(swap)=은행들 간에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달러 여유분이 있는 은행이 달러 자금이 부족한 은행에 달러를 빌려주고 대신 이익을 얻는다.

정부의 외환 스와프 시장 개입은 원화를 담보로 외평기금을 시장에 매도하고 동시에 체결한 선물환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후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달러를 매도하는 시점에서는 외평기금이 줄어들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돌려받으므로 외환보유액 감소 없이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