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사법 60주년 기념식 참석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급하게 발길을 돌렸다.

식약청 행보는 예정에 없던 것으로 이 대통령의 지시로 급작스레 결정됐다. 최근 일부 과자 제품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면서 국내에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의례적인 보고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윤여표 식약청장에게 "공문 같은 것은 필요없고 이야기를 좀 하라"고 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국내 식품,마약 관련 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 규정이 약하다"며 "마약과 관련해선 공조해 단속하기로 했는데,이것 역시 약하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식약청이 중심이 돼서 확인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멜라민 함유 과자에 대해)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신속히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전격 방문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멜라민 공포'를 재빨리 수습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촛불정국'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현장 점검은 지난 3월 일산에서 어린이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경찰서까지 간 데 이어 두 번째로 그만큼 멜라민 파문을 급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한 질타의 성격도 짙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관계 부처로부터 "과자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으며,대책회의를 거쳐 25일 발표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밤새 소비자들이 사먹을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당장 발표하라"고 직접 지시해 식약청이 밤 늦게 검사 결과를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