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신청 10주째 40만명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 급감 … 신규주택 매매 17년만에 최저

미국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25일 발표된 고용과 내구재 판매,주택 판매 등 실물경제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성명에서 구제금융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하면서 "만일 법안 통과가 차질을 빚을 경우 심각한 경기침체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지표 악화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9월14∼20일) 미국의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49만3000명으로 전주보다 3만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7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10주 연속 40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 수치가 40만명을 넘어서면 경기침체의 조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업자가 늘면서 8월 미국 실업률은 6.1%로 뛰었다. 마크 비트너 와코비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개월 동안 해고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융위기로기업들이 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신규 고용을 꺼리는 현상이 갈수록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8월 내구재 주문실적은 4.5% 감소해 올 1월 이후 가장 부진했다. 고유가 영향 등으로 자동차 판매 실적이 8.1%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경기가 나빠지면 식료품 등과 같은 비내구재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내구재 판매가 급감하는 특징을 보인다.


소비 위축은 실업 증가 및 개인소득 감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7월 개인소득은 2005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인 0.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출도 크게 줄어 작년 12월 1.9%였던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0.7%로 떨어졌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주택시장도 계속 위축되고 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8월 신규주택 판매는 46만채로 전달에 비해 11.5% 감소했다. 1991년 1월 40만1000채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기존주택 판매 실적도 2.2% 감소했다. 주택 판매 위축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8월 기존주택 판매 가격은 20만3100달러로 1년 전의 22만4400달러에 비해 9.5% 하락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신용경색이 다시 실물경기로 확산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라손 와이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모든 경제지표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2010년까지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국 민주당은 56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안을 마련,26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부양안에는 실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국민 의료 보조에 대한 지출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 부양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대부분의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