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ing Company : Stx] 강덕수 회장‥샐러리맨의 신화 세계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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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내에서 몇 등이냐 타투기 보다 광활한 해외시장 잡아야 살 수 있다.
그룹 매출 90% 해외에서 일궈내"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1990년대 후반 쌍용중공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많은 '성공한 샐러리맨'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의 화려한 변신은 2001년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중공업이 외국계 컨소시엄에 넘어가면서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그는 결단을 내렸다. "회사를 아예 사버리자." 사장 재직 기간 받은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에다 사재 20여억원을 털어넣어 경영권을 인수했다.
회사 이름도 바꿔 버렸다. 대대적인 CI(기업이미지 통합)를 통해 'STX(System Technology eXcellence)'라는 이름을 뽑아냈다. 샐러리맨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한 강 회장은 곧바로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다. 첫 번째 타깃은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뀌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회사였지만 강 회장의 눈에는 미래가 보였다.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쌍용중공업과 대동조선을 하나로 묶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일단 결심을 굳히자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경쟁사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1000억원을 써냈다.
한번 달아오른 M&A(기업 합병·인수)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2002년에는 산단열병합발전(현 STX에너지)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당시 그룹 전체 규모와 맞먹는 4100여억원짜리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조선회사 아커야즈를 인수한 것은 M&A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다. 설립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한국의 신생 그룹이 세계 2위의 크루즈선 건조회사를 삼켰다.
그렇다고 부실기업을 사 모아 그룹 덩치만 키운 것은 아니다. STX중공업 STX엔진 STX엔파코 STX건설을 차례로 설립,이른 시간 안에 시장에 안착시켰다.
이렇게 꾸려진 STX그룹은 강 회장의 변신만큼이나 극적인 성장사를 써 나가고 있다. STX조선은 2001년 인수 당시 3259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조1290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4947억원에서 3조5291억원으로 급증했다. 2001년 3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주액은 작년에 1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1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존폐 기로에 있던 부실기업이 7년 만에 세계 5위 조선소로 급성장한 것이다. 해운업계의 '만년 3위'였던 STX팬오션은 지난해 2위에 올랐고 올해는 1위를 넘보고 있다.
각 계열사가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면서 그룹의 외형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빠르게 불어났다. 쌍용중공업 시절 2000억원을 겨우 웃돌던 매출액은 작년에 17조4000억원으로 67배나 증가했다. 올해는 아커야즈 인수에 힘입어 매출 28조원을 경영목표로 세웠다. 목표가 달성되면 STX그룹은 출범 8년 만에 외형이 약 100배로 커지는 셈이다. 자산 순위도 지난해 15위(공기업 제외)로 전년도 24위에서 9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강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찾는다. 이미 STX그룹의 매출 가운데 90%를 해외에서 뽑아내고 있다. 그는 임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몇 등이냐를 놓고 다투기보다는 광활한 해외시장을 잡아야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 회장과 STX그룹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