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참 무서운 조직이다. 누구든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온전할 수 없다. 주택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국토해양부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금융위원회도,공무원들이 가장 껄끄러워 한다는 언론사도 그들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세제실의 힘을 보여주는 세 가지 '사건'이 최근 연달아 터졌다. '권도엽의 망신'이 첫째다. 권도엽 국토부 차관이 지난 19일 "1가구1주택 거주요건 강화방침을 1~2년 유예할 필요가 있다. 오늘 오후부터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했다. 관련 보도가 쏟아지자 세제실 간부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제히 부인했고,그것도 성에 안 찼는지 보도해명자료라는 것까지 내놨다. "국토해양부로부터 협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고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권 차관은 '주무부처와 상의 한마디 없이,되지도 않을 주장을 늘어놓은 사람'이 돼버렸다. 그랬던 세제실은 불과 사흘 후인 지난 22일엔 양도세 거주요건 강화를 1년 이상 유예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사흘 전 왜 그런 해명자료를 냈는지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이 망신 대열에 들어간 일도 있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을 9억원으로 올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기자실까지 찾아와 "과세기준 조정은 검토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오보'라고 했다. 윤 실장 발언을 충실하게 다시 퍼날랐던 언론들은 23일 종부세 개편방안에 들어있는 '과세기준 9억원으로 상향'이라는 문구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

권혁세 금융위 증권선물위원도 희생양이 됐다. 권 위원은 지난 2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가 "동 방안에 대하여 현재로서는 검토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세제실의 해명자료를 받아봐야 했다.

언론과 타 부처를 마음껏 상대하는 세제실의 이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연이어 터져나온 사건들을 지켜보며 그 힘의 원천을 찾아내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