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해결사' 민사50부 뜬다…경영권 분쟁·지재권 관련사건 '속전속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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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심기술을 보유한 직원이 경쟁사로 이직해 불거졌던 두산중공업과 STX중공업 간 기술유출 사건.형사사건 진행 중에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두산중공업은 이직한 전 직원 13명이 STX에서 일정기간 일하지 못하도록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 제기 석 달 만에 이를 받아들였다. 본안 소송으로 갔으면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려 핵심기술이 유출될 뻔한 사건이었다.
#2 지난해 6월 창업자인 김성수 회장이 타계하면서 유족들 간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오양수산의 경영권 다툼.장기간 끌 것으로 보였던 경영권 다툼은 그러나 사조 측이 김명환 전 부회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한 달여 만에 사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의 지루한 법적공방으로 해당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혀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들이 가처분으로 해결되면서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 재판부가 처리한 건수도 1494건.2003년의 129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STX 사례처럼 회사의 인재 유출을 막는 경업금지 가처분 이외에도 비슷한 이름을 쓰지 말라는 상호사용 금지,영화.음악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등이 민사 50부의 단골 메뉴다. '롯데'라는 상호를 두고 호텔롯데와 농협롯데관광이 벌인 상호분쟁,나우콤 등 영화 불법파일 공유 웹하드 사건 등이 가처분으로 해결됐다. 이 재판부 소속 이흥주 판사는 "모든 유형의 사건이 접수되고 있으나 기업의 경영권 분쟁,특허권.상표권 등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가처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처분 사건들이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특히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회사가 제기하는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등은 인용 여부에 따라 회사의 경영자와 경영방침이 달라지므로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지식재산권 사건 역시 즉시 해결하지 않으면 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특히 기업관련 사건의 경우 항고율이 10% 미만으로 낮다. 가처분 결정이 사실상의 종국심 역할을 다하는 만큼 해당 재판부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원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우수한 법관들을 배치한다. 재판장인 이동명 민사수석부장판사(연수원 11기)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쳤으며,법원 내에서 기업법 전문분야 연구회 회장직을 오래 지냈을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배석판사인 이흥주 이국현 노재호 판사도 각 기수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 관련 가처분 사건이 많아짐에 따라 재판부는 몇 가지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지식재산권은 원칙적으로 보호하고,기업들의 경영에 방해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막자는 것.최근 논란이 된 영화 불법 다운로드와 관련해 웹하드업체들의 저작권 침해를 막은 결정과 시민단체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들의 주주명부 열람 청구 등을 기각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다. 또 근래 들어 빈발하는 불법시위 등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해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위반행위 1회당 배상금을 부과하게 하는 간접강제명령을 자주 내리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