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2008-2009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첫 출전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팀내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21일(한국시간) 밤 라이벌 맨유-첼시의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이 펼쳐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브리지.
3라운드까지 1승1무1패로 출발이 좋지 않은 맨유는 정규리그 3연패에 최대 걸림돌인 첼시와 라이벌 매치에서 기선 제압을 노렸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첼시 역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길목에서 잇따라 발목을 잡았던 맨유를 상대로 안방에서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명장'으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첼시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간 첫 사령탑 지략 대결인 데다 부상에서 복귀한 간판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디디에 드록바(첼시) 간 정면 충돌이 예고돼 양팀은 총력전을 다짐했다.

무릎 통증 여파로 시즌 초반에 결장했던 박지성의 출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예상을 깨고 `박지성 선발 카드'를 빼들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영입한 `불가리아 특급'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웨인 루니가 투톱으로 나서고 박지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대런 플래처, 폴 스콜스, 오언 하그리브스와 함께 중원에 포진했다.

박지성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첼시의 수비진을 흔들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승부수였다.

박지성으로서는 정규리그 4경기 만에 첫 출장인 데다 지난 2006년 4월26일 이후 무려 29개월 만의 첼시전 출격이었다.

지난 시즌 선발 출장한 15경기에서 소속팀의 14승1무의 성적을 견인했던 `행운의 사나이'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 첼시 보싱와의 빠른 측면 돌파에 뚫려 크로스를 두 차례 허용했지만 공.수에 걸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텄다.

박지성이 가장 돋보인 건 전반 18분. 박지성은 파트리스 에브라의 패스를 받은 베르바토프의 오른발 슛이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손을 맞고 흐르자 이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며 오른발로 차 골문을 갈랐다.

첼시의 기를 꺾는 선제골이었고 박지성으로선 지난 3월2일 풀럼전 이후 6개월 20일 만에 맛본 정규리그 개인통산 8호 골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중앙까지 넘나들며 첼시 수비진을 흔들었고 임무를 마치고 후반 30분 교체됐다.

맨유는 한 골을 잃어 결국 1-1 무승부가 됐지만 무릎 부상 우려를 털어낸 박지성의 만점 활약이었다.

베르바토르 기용에 따라 루이스 나니, 라이언 긱스, 스콜스, 하그리브스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리버풀전에서 베르바토프를 꼭짓점으로 테베스와 루니가 공격 3각 편대를 이루면서 선발에서 빠졌던 박지성. 붙박이 윙어인 호날두의 부상 복귀로 입지가 좁아졌지만 박지성은 약점으로 꼽혔던 득점력까지 보여줘 주전 경쟁에서 한발 앞서갈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