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000억弗 구제금융] 도드 위원장 "이렇게 정신 번쩍 든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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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 재무 "우리도 잃어버린 10년 온다"
"의원생활 28년 동안 이렇게까지 정신이 번쩍 들어본 적은 없었다. "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헨리 폴슨 재무 장관이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안을 의회가 승인해줘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파했던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은 오는 26일 끝나는 의회의 가을 회기 안에 미 행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폴슨 장관은 의회 지도자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지난 18일 오후 7시 펠로시 의장 집무실.폴슨 장관은 "우리가 종합구제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부실 채권문제로 실업률이 12%까지 치솟았던 스웨덴처럼 미국 경제도 다년간 깊은 경기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미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루하루가 급하다"고 가세했다.
"비용(국민 세금)이 얼마나 소요되나""확실히 약효가 나나" 등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두 사람의 비관적인 설득에 의회 지도자들은 기가 눌렸다는 후문이다. 공화당 소속의 리처드 셸리 상원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폴슨 장관에게 "당신이 발행하는 백지수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폴슨 장관은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금융권 줄파산,신용경색 등의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폴슨 장관의 승부수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는 20일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 해소와 실물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한다면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의회가 구제안을 승인하면 폴슨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후 구체적인 구제조치와 관련한 폴슨의 전면적 재량권 행사와 결정을 법원마저 시비걸지 못한다. 찰스 가이스트 맨해튼대 금융학 교수는 "폴슨이 대공황 이후 보지 못했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존 스틸 고든은 "폴슨이 금융 독재자가 되겠다고 요구하는 소리로 들리지만 재무 장관에게는 절실한 권한이고,내년 1월 차기 정부까지 마냥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지원했다.
폴슨이 최근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인 점도 눈길을 끈다. 만약 금융위기가 지속돼 골드만삭스가 AIG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의원생활 28년 동안 이렇게까지 정신이 번쩍 들어본 적은 없었다. "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헨리 폴슨 재무 장관이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안을 의회가 승인해줘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파했던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은 오는 26일 끝나는 의회의 가을 회기 안에 미 행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폴슨 장관은 의회 지도자들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지난 18일 오후 7시 펠로시 의장 집무실.폴슨 장관은 "우리가 종합구제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부실 채권문제로 실업률이 12%까지 치솟았던 스웨덴처럼 미국 경제도 다년간 깊은 경기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미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루하루가 급하다"고 가세했다.
"비용(국민 세금)이 얼마나 소요되나""확실히 약효가 나나" 등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두 사람의 비관적인 설득에 의회 지도자들은 기가 눌렸다는 후문이다. 공화당 소속의 리처드 셸리 상원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폴슨 장관에게 "당신이 발행하는 백지수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폴슨 장관은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금융권 줄파산,신용경색 등의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폴슨 장관의 승부수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는 20일 "월스트리트의 금융위기 해소와 실물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한다면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의회가 구제안을 승인하면 폴슨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후 구체적인 구제조치와 관련한 폴슨의 전면적 재량권 행사와 결정을 법원마저 시비걸지 못한다. 찰스 가이스트 맨해튼대 금융학 교수는 "폴슨이 대공황 이후 보지 못했던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존 스틸 고든은 "폴슨이 금융 독재자가 되겠다고 요구하는 소리로 들리지만 재무 장관에게는 절실한 권한이고,내년 1월 차기 정부까지 마냥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지원했다.
폴슨이 최근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인 점도 눈길을 끈다. 만약 금융위기가 지속돼 골드만삭스가 AIG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