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천 원짜리 한 장 내밀고

새점을 치면서

어린 새에게 묻는다

나 같은 인간은 맞아죽어도 싸지만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새장에 갇힌

어린 새에게

-정호승 '새점을 치며'


어린 새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새장에 갇힌 채 '운수'가 적힌 작은 종이를 물어 나를 뿐이다. 이 불쌍한 새에게 어떻게 좀 안되겠느냐고 묻는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만은 기막힌 일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날아다닐 자유조차도 빼앗긴 어린 새에게 앞날을 의논하다니….하지만 새점 치는 인생만 답답한 게 아니다. 첨단 지식이나 예리한 판단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삶은 늘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우리 앞에 툭 던져놓곤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견하고 준비해도 빈틈없이 삶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나 어느정도는 막무가내로 부닥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삶 앞에 겸허하라고 했을 것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