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투자그룹 인수 포기..로마시장 "최대 산업위기"

이탈리아 국영항공사인 알리탈리아가 유일한 인수희망 주체였던 이탈리아의 카이(CAI) 투자그룹이 18일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피아지오 & C. SpA의 로베르토 콜라니노 회장이 이끄는 카이 투자그룹은 이날 오후 밀라노에서 회의를 열어 자신들이 제시했던 알리탈리아 회생 방안을 공식 철회했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전했다.

협상 결렬의 최대 걸림돌은 알리탈리아 근로자 전체와 일괄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카이 그룹의 제안에 대해, 알리탈리아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9개 노조 가운데 일부 노조측이 조종사와 기내 승무원, 지상요원 등 각 그룹별로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역제안을 한 것이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카이 그룹이 제시한 회생 방안에는 직원 3천25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앞서 콜라니노 회장은 17일 노조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논의할 게 거의 없는 만큼,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라"면서 최종적으로 24시간을 더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철회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소속 9개 노조 중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CGIL을 비롯한 5개 노조가 카이 그룹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극적 타결의 기대감도 있었다.

알리탈리아의 유일한 인수희망 주체였던 카이 그룹이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가뜩이나 대규모 부채 및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알리탈리아는 이변이 없는 한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가 임명한 알리탈리아 관리책임자인 아우구스토 판토치는 이번 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운항 중단과 해고, 자산 청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우리는 낭떠러지에 서 있다"면서 이번 협상 결렬과 관련해 좌익계 노조인 CGIL을 비롯한 노조들을 비난했다.

쟈니 알레마노 로마 시장은 이번 협상 결렬은 로마를 강타할 "최대의 산업 위기"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알리탈리아의 전체 주식 중 49.9%에 이르는 정부 보유 지분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알리탈리아는 올 1분기에 1일 3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가 지원하는 지금까지의 계획은 알리탈리아의 주축인 항공 부문과 이탈리아 국내선 경쟁항공사인 에어원을 합병해 이탈리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항공사를 창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