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알리안츠생명의 노사분규가 234일 만에 끝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434일 만에 뉴코아 노사분규가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대형사업장의 장기분규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들 장기분규 사업장의 노사합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사측의 완승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사측이 노조의 백기투항을 이끌어 낸 비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이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노조가 사측의 성과급제 도입에 결사반대하며 8개월이 넘는 파업을 벌였지만 결국 성과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에 노사가 합의했다. 노조가 요구했던 지점장의 노조가입은 법적인 판결대로 불가능하게 됐다. 또 노조지부장 3명에 대한 형사책임도 법원판결에 따른다는 '원론'에 합의했다.

이처럼 노조가 무릎을 꿇은 것은 사측의 확고한 원칙대응 덕분이다. 사측은 사태발생 초기부터 "노조가 장기 파업으로 발생한 영업 손실과 영업조직 와해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이 장기 파업으로 영업조직이 무너지는 등 손실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법과 원칙을 관철시킨 점이 타결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코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뉴코아 노조는 사측의 계산원 외주화 방침에 반대해 매장점거 등 파업을 시작,1년 넘게 투쟁을 계속했다. 그러나 노사가 먼길을 돌아 합의한 내용은 결국 계산원 외주용역화이다. 뉴코아 측 관계자는 "장기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손배소 등으로 인한 정신적ㆍ육체적 피로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결되는 것은 없고 시간만 끄는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장기 노사분규가 사측의 압승이라는 형태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선 사측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외부개입에 따른 본질을 벗어난 사회이슈화를 방지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기분규의 경우 외부세력과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중간에 (노측의) 기대감을 지나치게 키운 점이 많다"며 "대부분의 노사문제는 노사가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수준인 데도 불구하고 사회이슈화되면서 해결이 어려워진 측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고용이나 임금,인사 같은 순수 노사문제가 '비정규직' 문제같은 사회적 약자 문제로 확대되고 '외국자본''악덕업주' 같은 감성에 호소하면서 외부세력의 개입을 초래해 문제가 복잡하게 꼬였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중재에 나서더라도 "정부의 중재안은 기본으로 얻고 추가로 더 얻어내자"는 심리가 확산돼 분규가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실제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의 경우,이랜드 사태와 KTX 여승무원 문제에 직접 개입하면서 노조의 눈높이만 높이고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에 반해 이영희 노동장관이 "노사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사도 이제 자율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성숙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새 정부의 노사정책에 변화가 보인다는 평이다.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와 기업 등 모두가 분명한 노동철학을 확립해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