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본주의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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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결식은 으레 울음바다가 된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사회의 귀감으로 추앙되지만,열악한 근무환경에 고생만 하다 목숨을 잃은 게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경찰관,소방관,군인 등 위험직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어느 나라나 악명이 높다.
자본주의는 돈이 말을 하는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돈에 목숨까지 거는 일은 드물다. 위험에 처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늘 생계에 매여 살지만 봉급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다른 직종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소득이나 실소를 자아내는 수준의 위험수당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온갖 탈선과 파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혼란 천지인 이 자본주의 세상을 그럭저럭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최근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의 넥타이족들이 아니라 이들 위험종사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위험한 가정 하나를 들어보자.이들 위험종사자가 자신의 직분을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차충돌,항공기추락,가스누출,생각하기조차 싫은 '공공의 위험' 시나리오다. '돈을 갖고 튀어라'라는 영화,평생 근무한 직장을 떠나기 전 한탕 하다 실패하고 마는 경찰관의 말로는 누구나 한두 번쯤은 보았음 직한 이야기다. 공공의 적과 싸우며 사회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들이 오히려 공공의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대책은 없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처우개선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소방직을 택한 젊은이들이 이직하는 모습을 보며,더 이상 인내와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보수와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실 열악한 근무조건,낮은 보수와 처우,그로 인한 사기저하 문제는 단지 인사관리의 변수가 아니라 그 자체 위험의 요인이다.
가장 큰 위험은 인간적 오류에서 나온다. 아무리 성능 좋은 보안시스템도 도덕적 해이로 인한 내부자의 배신행위는 당할 수 없다. 기관장이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하고 사기가 저하돼 있는 직원을 만난다면 위험이 가까이 왔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처우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임금을 약간만 인상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게 행동경제학의 발견이다. 단지 임금인상만으론 부족하다며 복지후생의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복지론도 설득력은 있을지라도 돈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과감한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이 필요하지만 재정형편상 감당할 수 없으니 감시와 처벌,제재를 강화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후퇴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부하직원의 직무몰입도를 높이고 사명감을 고취하는 것은 리더십의 필수 요소라는 사실이다. 위험종사자들에게 사명감과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책임이다. 리더는 재정적 애로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여건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니 함께 참아내자고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그대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인지 잘 알고 있고 사회 역시 그렇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때 공공부문에서 유행을 탔던 전방위평가의 논리는 부하직원이나 상사,동료로부터 존경받는,아니 적어도 동정 받는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더가 명심해야 할 교훈은 이 사명감과 자부심이란 무형의 자산은 한번 무너지면 끝없이 추락하고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너지기 전에 미리 꼼꼼히 보살펴야 한다.
화마와 싸우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결식은 으레 울음바다가 된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사회의 귀감으로 추앙되지만,열악한 근무환경에 고생만 하다 목숨을 잃은 게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경찰관,소방관,군인 등 위험직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어느 나라나 악명이 높다.
자본주의는 돈이 말을 하는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돈에 목숨까지 거는 일은 드물다. 위험에 처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늘 생계에 매여 살지만 봉급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다른 직종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소득이나 실소를 자아내는 수준의 위험수당 때문이 아니라 사명감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온갖 탈선과 파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혼란 천지인 이 자본주의 세상을 그럭저럭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최근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진 월스트리트의 넥타이족들이 아니라 이들 위험종사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위험한 가정 하나를 들어보자.이들 위험종사자가 자신의 직분을 소홀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열차충돌,항공기추락,가스누출,생각하기조차 싫은 '공공의 위험' 시나리오다. '돈을 갖고 튀어라'라는 영화,평생 근무한 직장을 떠나기 전 한탕 하다 실패하고 마는 경찰관의 말로는 누구나 한두 번쯤은 보았음 직한 이야기다. 공공의 적과 싸우며 사회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들이 오히려 공공의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대책은 없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처우개선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소방직을 택한 젊은이들이 이직하는 모습을 보며,더 이상 인내와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보수와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실 열악한 근무조건,낮은 보수와 처우,그로 인한 사기저하 문제는 단지 인사관리의 변수가 아니라 그 자체 위험의 요인이다.
가장 큰 위험은 인간적 오류에서 나온다. 아무리 성능 좋은 보안시스템도 도덕적 해이로 인한 내부자의 배신행위는 당할 수 없다. 기관장이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하고 사기가 저하돼 있는 직원을 만난다면 위험이 가까이 왔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처우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임금을 약간만 인상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게 행동경제학의 발견이다. 단지 임금인상만으론 부족하다며 복지후생의 개선을 요구하는 사회복지론도 설득력은 있을지라도 돈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과감한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이 필요하지만 재정형편상 감당할 수 없으니 감시와 처벌,제재를 강화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후퇴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부하직원의 직무몰입도를 높이고 사명감을 고취하는 것은 리더십의 필수 요소라는 사실이다. 위험종사자들에게 사명감과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책임이다. 리더는 재정적 애로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여건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니 함께 참아내자고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그대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인지 잘 알고 있고 사회 역시 그렇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때 공공부문에서 유행을 탔던 전방위평가의 논리는 부하직원이나 상사,동료로부터 존경받는,아니 적어도 동정 받는 리더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더가 명심해야 할 교훈은 이 사명감과 자부심이란 무형의 자산은 한번 무너지면 끝없이 추락하고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너지기 전에 미리 꼼꼼히 보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