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를 금지키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공매도가 약세장에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투자자와 브로커들은 주식 매도 후 청산일까지 주식을 반드시 양도해야 하며 규정을 어긴 브로커들은 해당 주식의 공매도가 금지된다. 이번 규제는 18일부터 전 종목에 걸쳐 적용된다. SEC는 지난 7월 금융사 주식의 투매를 막기 위해 19개 금융사의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한 바 있다.

SEC는 또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거래 포지션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이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1000만달러 이상의 증권을 보유한 헤지펀드와 투자기관들의 경우 일일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정 종목에 대해 행해진 과거 공매도 포지션과 관련해서도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ㆍ하원 의원들은 공매도가 불명확한 정보 확산과 의도적인 주가 하락 유도를 통해 시장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센 오말리 전 SEC 위원은 "많은 헤지펀드들이 장기 포트폴리오 공개를 꺼릴 게 분명하다"며 "하지만 현 분위기 상으로는 비정상적인 공매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존 맥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정부의 AIG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사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한 것은 '공매도' 세력이 개입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SEC는 최근 공매도가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주 폭락을 주도해 금융 위기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매도 규제 발표와 적용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겼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