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미국의 메모리카드업체인 샌디스크간 인수합병(M&A) 협상이 인수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4개월째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샌디스크 주식 2억2천500만주를 주당 26달러(총 58억5천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샌디스크측은 "회사의 내재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라며 곧바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간 인수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으나 통상적인 협상과정을 감안할 때 인수가에 대한 이견이 해소될 경우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17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이윤우 부회장이 샌디스크 CEO 엘리 하라리(Eli Harari)를 직접 만나 인수 의사를 최초로 밝혔으며, 이어 지난 8월 9일 주당 26달러의 인수가를 공식 제안했다.

이 같은 인수가는 양사간 합병 움직임이 보도되기 이전인 9월 4일 주가에 비해 93%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며, 15일 종가에 비해서도 80% 높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우리가 제시한 가격은 현 기업가치에 164%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라며 "충분히 납득할 수준이며, 샌디스크의 주주들도 동의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샌디스크는 삼성전자의 제안에 대해 "샌디스크 비즈니스에 대한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거절했다.

이후 두 회사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면서 협상을 계속했으나 이견을 좁히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도 샌디스크 이사회를 직접 압박하는 강공책을 꺼내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17일 샌디스크 이사회에 인수의향서를 보내, 8월초 제시한 인수가격을 공개하고, 지분 전량을 현금으로 인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인수의향서는 언론에도 즉각 공개됐다.

통상적으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최종 타결 이전까지 협상 과정이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인수의향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인수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직접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4개월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샌디스크가 인수 가격과 회사 가치 측면에서 현실과 괴리있는 기대치를 계속 고수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샌디스크는 즉각 이사회를 열었으나 삼성전자의 제안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샌디스크측은 삼성전자의 제안이 샌디스크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당초와 마찬가지 이유를 제시, 인수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샌디스크 양측은 인수가격을 제외한 고용과 향후 경영계획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양사간 인수가에 대한 견해차가 해소될 경우 협상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애널리스트는 "낸드플래시와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에 제시한 인수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게다가 삼성전자가 인수의향서 공개라는 배수진을 친 만큼 멀지 않아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