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만한 완보(緩步)동물 곰벌레가 방사능 광선이 가득한 치명적인 우주 환경에 열흘동안이나 노출되고도 끄떡없이 살아남아 번식까지 한 것으로 최근 밝혀짐으로써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행성 간 이동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가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스페이스 닷컴이 16일 보도했다.

18세기부터 학자들 사이에 논의돼 온 범종설(汎種說)의 골자는 생명의 씨앗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지구상의 미생물은 원래 화성으로부터, 혹은 더 나아가 다른 태양계로부터 지구로 건너와 오늘날의 다양한 생태계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지난 197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가 시들해진 뒤 1990년대까지도 주류 과학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0년 화성으로부터 날아온 운석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 운석이 화성으로부터 분출돼 1천600만년 동안이나 우주를 떠도는 동안 생명체가 생존할만한 온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유럽 과학자들이 발표한 곰벌레의 생존 소식은 미생물 뿐 아니라 보다 복잡한 동물도 우주 여행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극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세포 유기체가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된 것이지만 다리가 여덟 개 달린 동물인 곰벌레의 생존은 지구와 화성 같은 행성간 생명체 교환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의 우주생물학자 데이비드 모리슨은 지적했다.

완보동물 전문가인 스웨덴 크리스티안스타드 대학의 K.잉거솔 욘손 교수는 "이제 우리는 박테리아와 지의류, 무척추동물 등 세 종류의 매우 다른 생명체 그룹이 최소한 단기간 우주의 진공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태양 방사능에 제한적으로 노출되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햇빛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면 이 세 집단은 아마도 여러 달, 어쩌면 여러 해 동안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화성에서 유래했으며 소행성 충돌로 운석이 튕겨져 나왔을 때 이에 실려 지구까지 오게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가 달이 떨어져 나가는 대충돌에서 회복하고 있을 무렵인 45억년 전 화성의 지각은 안정된 상태였으며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기 훨씬 전 생명체가 등장할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에 생명체가 등장한 뒤 지구와 화성에 큰 암석들이 우박처럼 쏟아진 40억년 전의 이른바 후기 운석 대충돌기(LHB)에는 화성으로부터 지구를 향해 많은 양의 생물운송수단이 제공됐다.

그러나 거꾸로 지구로부터 생명체가 화성으로 날아가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화성의 현재 환경은 수분과 영양분이 없어 생명체의 생존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많은 미생물이 우주선에 묻어 달과 화성까지 날아갔지만 DNA 손상으로부터 번식력 상실 등 무려 13가지나 되는 `생명체 살해 요인'이 존재하는 이런 환경에서 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별들 주위에도 생명체의 원료가 되는 물질과 생명체의 씨앗이라 불리는 아미노산도 흔하며 따라서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는 많이 나와 있지만 우주 여행을 통해 한 천체에서 다른 천체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