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북한의 주요 매체들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등 체제 단속에 나선 가운데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베이징으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TV,노동신문,평양방송 등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및 신변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북 매체들은 단결과 강성 대국 건설에 힘쓰자는 내용의 보도를 지속하는 등 내부 단속에 힘쓰고 있다. 노동신문은 14일 '천만심장이 하나로 고동친다'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과 일심단결을 강조하면서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이 무엇보다 귀중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혁명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과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보도 내용은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북한 매체들의 동향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단결을 강조하는 등 체제결속을 위한 보도에 치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김 위원장 유고 등 돌발사태시 "장남 김정남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비서는 이달 초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고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이와 관련,복수의 외교소식통은 "김정남씨가 고려항공편으로 지난주 중반께 베이징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강이상설이 있는 김 위원장의 병세가 호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독일 언론들은 동유럽 공산권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북한이 비록 폐쇄적인 사회,강력한 이데올로기,엄격한 국가 통제를 통해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권력 최상부의 공백이나 불안은 북한 사회 하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른 사회주의 정권들도 갑작스럽게 붕괴된 적이 있는 만큼 주변 국가들은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워싱턴타임스는 북한 군부와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와병 중인 김 위원장을 대리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고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소식통은 "노동당 간부들이 김정일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는 만큼 북한 내부의 불안정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임원기/서기열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