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문을 연 지도 보름이 지났지만 실망이 가시지 않는다. 18대 국회가 개원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식물상태의 임시국회가 몇달간이나 이어지다 겨우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추경예산안 처리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당리당략을 챙기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여야 모두 추석 연휴기간을 통해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지 절실히 느꼈을 게 틀림없는 일이고 보면 이제부터라도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야는 여론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뼈아픈 자성(自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반성이 절실하다. 단독처리도 가능한 거대 여당이 추경예산안 처리에 실패할 정도로 의원출석이 부진하고 국회법 절차까지 모른대서야 말이 되는가.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내부결속을 다져 각종 법안을 원만히 처리하는데 총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다수당이라 해서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할 게 아니라 최대한 야당과 협의하고 설득해 여야가 공감하는 가운데 입법절차가 이뤄지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야당 또한 다수당의 횡포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사사건건 어깃장만 놓을 일이 아니다. 추경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드러났듯 합의처리를 약속해 놓고도 갑자기 또 조건을 내걸며 발목을 잡는 식의 행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여당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의 임무는 정말 막중하다.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규제개혁 법안,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같은 온갖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법안의 조속한 처리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소모적 정쟁(政爭)을 계속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회는 첫째도 민생,둘째도 민생,셋째도 민생이란 사실을 깊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