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미국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반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리먼브러더스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악화하고 있는 신용 경색을 막기 위해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대출 프로그램을 2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BOA는 이날 밤 주당 29달러에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 메릴린치와 합의했다. 양사는 계약 절차를 거친 뒤 15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양사의 합병은 리먼브러더스가 매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리먼 인수자로 꼽혀온 BOA는 리먼과의 협상이 무산된 직후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리먼이 파산하면 가장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됐던 메릴린치는 우량 금융사와의 합병을 통해 파산 위험에서 벗어났다. 메릴린치는 3분기 중 68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주 주가가 35% 폭락했다.

하지만 리먼은 생존을 위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정부가 민간 업체를 살리는 데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인수 협상을 벌여온 BOA와 영국 3위 은행인 바클레이즈가 인수를 포기한 게 결정타였다. BOA와 바클레이즈는 미국 정부가 리먼의 잠재 부실 보상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이사회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월가는 리먼의 잠재 부실 규모가 베어스턴스와 비슷한 300억달러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리먼이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리먼과 거래했던 금융사들의 피해가 커져 연쇄 파산이 우려되는 등 월가가 또다시 태풍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월가에서는 이와 관련,상반기 13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보험그룹인 AIG와 주택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이 자본 확충에 실패할 경우 파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그룹 AIG는 FRB로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AIG는 브리지론 방식으로 FRB에 400억달러의 긴급 대출을 요청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