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욕증시의 흐름은 리먼브러더스 '악재'와 메릴린치 '호재'의 힘겨루기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리먼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함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도미노 파산사태를 비롯한 대규모 후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레이즈가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때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리먼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면서 딜이 무산되며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월가 전문가들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메릴린치가 BoA로 인수되는 점은 호재다. '제2의 리먼'으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메릴린치의 처리 방향이 정해짐에 따라 불확실성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설이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 AIG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메릴린치에 대한 무난한 처리는 신용경색이 해결 수순으로 돌입했다는 해석을 불러오며 투자심리를 진정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주 금요일 AIG는 모기지 손실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우려로 30% 이상 하락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뉴욕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

또 1년째 지속되는 신용경색이 극한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연준이 회의 후에 발표하는 선언문에는 경기 현황과 신용경색 문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16일 발표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에 따르면 CPI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유가 하락 덕분에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17일에는 주택경기를 가늠해줄 8월 신규 주택착공 건수 등이 발표된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쳐야 금융권 신용경색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경기는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제유가 흐름도 달러화 가치와 함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다. 국제유가는 일요일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99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허리케인 아이크가 정유 생산시설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유가 하락세가 한 차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정유시설 일부가 폐쇄돼 생산이 줄면 국제유가가 급반등하고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밖에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16일,17일 분기실적을 발표한다. 두 회사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켜간 곳으로 꼽히지만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는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