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체제가 일단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5대 권력기관이 그에 대해 충성 서약을 맹세하고 북한 군부 내에 아무 동요 조짐이 없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 주요 외신 역시 "김 위원장이 중병 중임에도 정권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1인 독재체제의 북한에서 최고 통치자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내부 체제 유지에 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北정권 건재 … 내부 단속 치중할 듯
북,체제 안정에 치중할 듯

김 위원장이 국가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은 지난달 김 위원장이 쓰러지기 전 지시해 놓은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 위원장의 통치력은 확고하지만 미리 지시한 것 이상의 결정을 할 사람이 현재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회복돼 정상적으로 국가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는 철저한 '내부 단속'을 통해 국력 분산을 피하려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김 위원장의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하더라도 중대한 의사 결정은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도기 길어질 수도

특히 북핵문제나 남북 관계 등 중대한 정책 결정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된 뒤로 미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만약 김 위원장의 회복이 늦어진다면 북핵문제나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틈타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의 힘이 커져 북핵문제나 남북 관계에 있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 군부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나 남한과의 대화에 강경론을 보이고 있어 당장 금강산 관광 및 남북 대화 재개를 바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체제 유지에 더 신경 쓸 경우 당장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보다는 핵 보유에 집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인도적 대북지원 나서야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차분하고 원칙적인 대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일 사망 가능성'을 운운하거나 후계구도를 자꾸 언급하는 것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최고 지도자가 병중이라는 것을 감안,북한을 도발하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이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정일의 와병설이 전 세계에 다 알려졌기 때문에 지금 북한에 대해선 어느 때보다 절제된 언행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위급한 상황에 빠지고 북한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를 단일 창구로 대북 대화 및 식량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식량 지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북한의 상황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이럴 때 통 크게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