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55)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카푸어는 1954년 인도에서 태어나 1974년 런던으로 이주한 후 지금까지 30여년간 뛰어난 조형 언어를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2002년 세계적인 미술관 데이트모던에서 초대형 조각 '마르시아스'(길이 155m·높이 35m)를 전시해 화제를 모았고 2006년 뉴욕 록펠러센터 입구의 '하늘 거울'(지름10.7m·무게 23t)과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구름 문'(일명 강낭콩·길이 20m·높이 10m ·무게 110t) 등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갤러리가 2년간의 노력 끝에 그의 개인전을 유치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물질과 정신'.빛과 어둠,단단함과 부드러움,남성성과 여성성 등을 독자적인 예술 세계로 표현한 2~3m짜리 작품 10점이 출품됐다. 세계 최고 조각가의 작품과 생애,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자리다. 신관 1층 전시장은 벽을 둥그렇게 또는 네모나게 파놓은 듯한 모양의 근작 6점으로 꾸몄다. 스테인리스와 아크릴,화강암 재질에 담긴 자연의 양면성을 간결하게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귀 모양의 '안과 밖'(In Out)은 붉은 색조가 오목한 곡선을 따라 정교하게 응축된 작품.크기나 공간,붉은 색감 등의 순수 조형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영혼의 울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2007년작 '무제' 역시 관조와 사유의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으로 '조형적인 질감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짜여진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층 전시장에서는 붉은색 바셀린으로 만든 작품 '밀고 당기기'가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작가의 손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나도록 형태와 재료의 차별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대표는 "카푸어의 작품은 하나의 오브제를 넘어 무한한 '공명'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며 "첫눈에는 매우 단순해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일종의 환영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5일까지.

(02)733-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