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투자를 하는 외국계 큰손마저 보유 지분을 크게 줄여가고 있어 외국인의 국내증시 외면 현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계 가운데 국내 상장사 주식을 가장 많이 사는 외국계 큰손 중 하나인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CRMC), KT&G의 주요 주주 프랭클린뮤추얼펀드 등이 최근 국내 주식 보유비중을 크게 낮추고 있다.

CRMC는 지난 10일 STX엔진 보유 지분율이 기존 5.28%에서 3.73%로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CRMC는 9월 금융위기설이 정점에 달했던 이달 4~5일 STX엔진 주식 44만4260주를 장내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CRMC가 운용하는 스몰캡월드펀드도 코스닥시장의 팅크웨어YBM시사닷컴 보유 주식을 올 들어 꾸준히 매각해 지분율을 기존 각각 7.8%와 7.35%에서 5.11%와 5.6%로 줄였다. 또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 비중도 크게 낮췄다.

작년 여름 KT&G에 대한 경영참여 의지를 밝히며 이 회사 지분을 10% 넘게 샀던 프랭클린뮤추얼 펀드도 지분을 대거 정리했다. 지난해 7월 10.41%에 달했던 KT&G 지분율은 현재 5.77%로 쪼그라 든 상태다.

매년 외국계 큰손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던 홍콩계 투자사 JF애셋매니지먼트도 최근 디지텍시스템스 6만여주를 장내 매도했고, 가온전선 지분율을 6.44%에서 5.44% 줄였다.

이들은 특히 상당수 종목의 지분율을 5%대로 낮춰놔 지분 매각을 용이하게 했다. 5% 아래로 지분율이 내려가면 공시 부담이 없는 만큼 자유롭게 팔 수 있어서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계 자본의 움직임은 개별 종목 보다는 시장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장기 투자를 하는 외국계 펀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도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사흘째 '팔자'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7조2000억원 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