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은 소(小)이기주의,특히 칸막이 행정으로 일컬어지는 공공부문의 소이기주의이다. 전 국토에 수많은 토지이용규제가 겹겹이 얽혀있는 것은 각 행정부처별로 제몫을 챙기기 위해 규제를 확대 재생산해 온 이유가 크다. 반면 그 틈새를 비집고 각 부처별로 제각기 권한을 움켜쥔 각종 지역개발사업이 전국에 난무하고 있다. 부처별 각개약진식 국토관리는 유사한 토지이용규제나 개발사업의 난립 등 국토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해 국토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부처간 칸막이를 뛰어 넘는 통합적 국토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공간적 차원에서도 지역별 각개약진식 국토개발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전국의 16개 시ㆍ도 또는 230개 시ㆍ군ㆍ구별로 국토개발의 단위가 쪼개지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유사한 도토리 키재기식 지역개발사업을 양산할 뿐이다. 이는 한정된 국가재원의 중복 투자만을 야기할 뿐,우리나라 각 지방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시ㆍ도 또는 시ㆍ군ㆍ구 단위를 초월해 대도시 경제권을 중심으로 국토전략을 광역화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에 따른 특화발전을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어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5+2 광역경제권 활성화 전략은 과거에 비해 분명 진일보한 접근방식이다. 오늘날 국가간 경쟁이 대도시권 경쟁으로 변화한 세계화 시대에 있어 우리나라의 각 지역은 동북아시아 등 다른 나라의 각 지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토는 매우 협소하다. 중국의 충칭직할시만으로도 남한의 면적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중국의 도시개발은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좁은 국토에서 시ㆍ도별로 16개의 서로 다른 개발전략을 추구해서는 동북아시아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동북아시아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5+2의 광역경제권조차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초광역적 접근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광역경제권 전략은 최근 수면위로 재부상한 행정구역 개편 문제와도 긴밀히 연계될 수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주로 모색되고 있는 개편방안은 16개 시ㆍ도와 230개 시ㆍ군ㆍ구를 70개 광역시로 단일화하는 안이다. 수직적으로 중층의 행정체계를 단일 체계로 단순화해 행정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결정적인 문제는 수평적으로 자치단체간 통합을 통한 광역화의 과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방안대로라면 중앙정부 밑에 무려 70개의 자치단체가 줄줄이 매달린 형국이 되고,통일 이후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는 지방의 경쟁력을 파편화할 뿐 아니라,모든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에 예속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광역경제권 전략이 시사하듯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있어서도 지방정부의 광역화는 가장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돼야 한다.

5+2 광역경제권 전략이나 행정구역 개편 논의 모두 여전히 기존의 시ㆍ도 경계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도(半島)의 특성을 살려 해양으로 뻗어나가야 할 세계화ㆍ개방화 시대에는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지역이 평택ㆍ당진항을 중심으로,충청 남부와 전북 지역이 새만금과 군산ㆍ장항을 중심으로,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지역이 광양항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각각 동일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지방행정에 있어서도 기존의 행정구역 경계에 고착한 지역 소이기주의의 칸막이를 걷어내고 지역간 연계,통합을 통한 동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과감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