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이 아름답지 말란 법이 있나요?"


서울 논현동의 스카니아 코리아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셸 오텐그렌 사장(50)이 던진 말이다. 화려한 색상에 독특한 모습의 스카니아 트럭 사진 앞에서다. 스웨덴 출신인 오텐그렌 사장은 "스카니아 트럭은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든 경쟁 모델보다 10% 이상 비싼 편"이라며 "외관 디자인을 많이 강조해 온 덕분에 튀는 색상과 독특한 모양의 트럭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텐그렌 사장은 스카니아 트럭의 연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몰아본 고객이 계속 스카니아 트럭만 찾는 배경이라고 했다. '예쁜 트럭'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 다이내믹 구조를 채택하고 고연비 엔진을 장착해 연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잔 고장이 적다는 점도 스카니아 트럭의 장점으로 꼽았다.

"수년 전 카자흐스탄 전시회에 갔을 때입니다. 현지 고객을 만났는데,알마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이동하는 도중 고장 차량을 수리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가 한 군데도 없다더군요. 이 고객은 스카니아 트럭이 아니면 아예 운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스카니아 트럭은 서비스센터가 필요없을 정도로 튼튼하니까요. "

◆올 한국시장 판매목표 800대
오텐그렌 사장은 올해 한국 시장에서 800대 이상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작년(815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목표치를 굳이 늘려잡지 않은 이유는 올 들어 기름값이 급등한 데다 화물연대 파업을 겪으면서 화물차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지만,시장 점유율은 작년의 5.7%에서 올해 7~8% 선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볼보트럭 만트럭 메르세데스벤츠트럭 등 수입업체보다 현대차 기아차 타타대우 등 한국 업체들을 주요 경쟁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텐그렌 사장은 "한국산 트럭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진 게 틀림없지만,그동안 인건비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스카니아 트럭이 특별히 뒤지는 것은 아니다"며 "스카니아는 수입 트럭 중 가장 넓은 딜러 네트워크와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카니아 코리아는 자체 금융회사(스카니아 파이낸스 코리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이 할부금융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캐피털회사를 찾을 필요가 없고,특별금리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오텐그렌 사장의 자랑이다. 그는 "고객이 초기 자금으로 100만~500만원만 있으면 세계 최고의 트럭을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텐그렌 사장은 올해 건설용 덤프트럭보다 물류운송용 트럭이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작년만 해도 전체 판매 모델 중 덤프트럭이 3분의 2를 차지했는데,올 들어 건설경기 침체 속도가 워낙 가팔라 상대적으로 운송용 트럭이 50% 이상 많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경기 침체…운송트럭 뜰 것
오텐그렌 사장은 한국의 운송업계가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소규모 업체들로 구성돼 스카니아 코리아엔 큰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선 오너가 직접 트럭을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스카니아 트럭은 철저하게 운전자를 위한 차량이기 때문에 오너가 직접 운전해 보면 스카니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3월 본사가 폭스바겐 그룹으로 편입된 뒤 경영상 변화가 없는지 물어봤다. 그는 "60여년간 독일 폭스바겐과 스웨덴 스카니아는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다만 최근 들어 도요타 산하의 히노트럭을 한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이것이 스카니아 코리아의 경영실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 트럭 위주인 스카니아 코리아는 올해 약 500대의 중형 히노트럭을 국내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다.

작년 10월 한국에 부임한 오텐그렌 사장은 "한국에 온 지 1년도 안 됐지만,고유의 전통문화와 현대적 역동성을 모두 갖고 있는 한국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고 말했다.

스카니아는 1967년 한국에 첫 진출한 후 국내 대형트럭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지금까지 수입 상용차 중 가장 많은 1만2000여대를 팔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