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뇌졸중(stroke) 때문에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이 같은 설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이 정보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위중한 상태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초 북한은 정권 수립 60주년을 앞두고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거와는 달리 오후에 정규군이 아닌 노동적위대와 평양 시민들의 퍼레이드만 갖는 방식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김 위원장의 신변에 건강 등 이상이 생기면서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김 위원장이 불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1년 12월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한 이래 이듬해 4월 군 창건 60주년 열병식부터 98년 정권 수립 50주년,작년 군 창건 70주년 열병식까지 그동안 열린 10차례 열병식에 빠짐없이 참석했었다. 특히 정권 수립 50주년인 1998년과 55주년인 2003년 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정조년)에는 기념식 퍼레이드 선두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 비춰볼 때 올해가 60주년 행사라는 점에서 그의 불참 이유에 더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4일 보도한 제1319 군부대 방문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치료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의료진이 방북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5월 초순 심근경색 증세 때문에 독일 심장재단 의료진으로부터 막힌 동맥 1개를 뚫어주는 심장 바이패스 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평소 심장병과 당뇨를 비롯 지병으로 인한 체력 저하 등 노화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엔 프랑스 의료진이 중국을 경유해 방북한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당국도 이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한 대북 정보통은 "김정일 건강악화 관련 첩보는 현재 사실 여부를 추적 중에 있다"면서 "그 첩보가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어느 정도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사 불참이 북.미관계가 갈등 국면에 들어서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식량난이 악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즉 불리한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적인 잠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