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으로부터 정책금융 기능을 넘겨받는 한국개발펀드(KDF)가 법정 자본금 15조원의 100% 정부 출자 특수법인으로 설립된다. 또 450조원 이내에서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중소기업 지원뿐 아니라 북한 경제 개발,자원개발 외교 등까지 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한국개발펀드 법안,산업은행법 개정안,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 등을 9일 입법 예고했다.

◆북한 개발 등 정책금융까지

KDF는 '납입자본금+적립금'의 30배 이내에서 개발금융 채권을 발행할 수 있어 450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산업은행의 작년 말 총 채무(약 79조원)에 비해 6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금융위는 시장친화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KDF의 대출과 투자는 은행을 통한 간접 지원 또는 공동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채무 보증은 KDF 대출과 관련한 보증 또는 금융회사에 대한 신용 보강으로 한정했다.

KDF는 앞으로 통일 후 북한 경제 개발 등 통일자금 역할과 자원개발 외교,지역 개발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금융시장 안전판 기능까지 맡는다. 이 때문에 펀드 정관 및 업무방법서 변경,업무 계획,예산 결산,손실 보전 등 KDF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기획재정부 금융위 중소기업청뿐 아니라 통일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운영위는 KDF 사장과 금융위가 위촉하는 민간 위원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산은에 가계대출ㆍ예적금 허용

금융위는 산업은행에 가계 대출,개인요구불예금 등 소매 금융을 허용하고 중요 산업에 한정했던 시설 자금 및 기술개발 자금 대출,어음 할인,채무 보증 등의 업무 제한도 폐지했다. 산은 민영화를 앞두고 수신 기반 확충 등을 위해 시중 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업무 제한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또 업무 계획 및 이익금 처리에 대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의 사전승인 제도를 폐지하고 예산 및 결산을 금융위에 사후 보고토록 하는 등 산업은행의 경영 자율성도 확대했다.

산업은행의 기존 채무 중 외화채권과 상환 기간이 1년 이상인 외국자본 차입은 원리금을 정부가 보증하고 정부가 산은지주의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산은이 기존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새로 차입하는 외국 자본도 한도와 범위를 정해 보증키로 했다.

◆기은,중기 대출비율 '유지'

금융위는 기업은행의 금융자회사 출자 한도를 자기 자본의 15%에서 30%로 확대하고 수권 자본금을 4조원 이상으로 하게 했다. 시중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금 확충,자회사 설립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게끔 한 것이다. 시장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업무방법서 작성과 변경도 금융위 승인에서 사후 보고로 바꿨다.

하지만 조달 금액의 70%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에 써야 하는 중소기업 대출비율 규제의 폐지는 이번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개혁 회의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중소기업 대출비율 규제와 중소기업 금융채권 발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