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가위는 연휴기간이 짧은 만큼 계획을 잘 세워야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다행히 9월에는 가족들을 위한 공연·전시회가 유난히 많아 아이들과 함께 '문화 나들이'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연휴 때에는 최고 40%까지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어 더 즐겁다.



# 연인들을 위한 뮤지컬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언어학자 히긴스 교수가 거리에서 꽃을 팔던 여주인공 일라이자에게 상류층의 언어와 교양을 가르치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한 내용이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원조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2만∼12만원.14일까지 최고 30% 할인받을 수 있다. (02)501-7888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한 극중극 형식의 이야기다. 이뤄질 수 없는 꿈을 향한 한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이 감동적이다. 듬직한 두 명의 남자배우 류정한과 정성화가 돈키호테 역을 번갈아 맡는다. LG아트센터.4만∼11만원.13일과 15일에는 2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1588-5212

# 자녀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연
뮤지컬 '한 밤의 세레나데'는 1970년대 한 모녀지간의 이야기를 추억의 포크 선율로 실어나른다. 1970∼80년대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 멜로디가 관객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충무아트홀.2만∼3만원.(02)2230-6624

뮤지컬 '사춘기'는 독일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원작으로 종교학교가 배경이다. 2008년 한국판 창작극으로 만들어진 '사춘기'는 종교를 빌려 청소년기의 억압을 나타낸 원작과 달리 대학입시와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 등으로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12~14일 전석 40% 할인해 1만8000원.

'드로잉쇼'는 무대 위의 배우들이 허공에다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다. 배우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그림 그리는 과정을 90분 동안 보여준다. 배우들의 그림에 조명과 특수효과가 더해져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유명한 명화로 재탄생한다. 오픈런 공연으로 28일까지는 가족 할인행사도 한다. 가족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3인 6만6000원,4인 8만8000원에 볼 수 있다. 대학로 질러홀.

# 초가을 펼쳐지는 야외 공연
경희궁 숭정전에서는 '고궁뮤지컬 대장금'이 공연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해 흥행 참패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하게 변신을 꾀한 모습이 주목된다. 등장인물은 같지만 줄거리는 대장금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타악랩 등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진다. 3만~5만원,12∼14일에 한해 한복을 입거나 4인 이상 가족 단위로 입장하는 이들에게 10% 할인혜택을 준다.

세종문화회관 뒤 세종 예술의정원에서는 13~15일 오후 7시부터 무료야외축제가 펼쳐진다. 13일에는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신 뺑파전'을,14일에는 웰빙밴드 '크레용'과 국악아카펠라 그룹 '아카시아'의 무대가 이어진다. 15일에는 신형원,이정선,나무자전거 등 포크음악과 함께 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 감정지수 높이는 전시
추석 연휴를 맞아 온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휴무 없이 계속 진행되는 만큼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 3대 비엔날레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시립미술관과 5·18기념재단,의재미술관,광주극장 등 주요 공공장소에서 열린다. '길 위에서''제안''끼워넣기'등 세 가지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36개국 작가 160명의 작품 1339점을 만날 수 있다. 최근 1년간 세계 미술계의 눈길을 끌었던 38개 전시를 '연례보고'라는 제목으로 펼쳐보인다.

'컴퓨터와 예술의 만남'을 보여주는 제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 마련됐다. 한국 작가 김신일씨를 비롯해 아니쉬 카푸어(인도),올라퍼 엘리아슨(덴마크),AES+F(러시아) 등 26개국의 70개팀 작가들이 만든 작품 77점이 출품됐다. 연휴 기간에는 미술관 앞 마당에서 페이스 페인팅,캐릭터 그리기 등 행사도 진행된다.

부산비엔날레는 '낭비'를 주제로 '현대미술전'(부산시립미술관과 수영만요트경기장),'바다미술제'(광안리 해수욕장),'부산조각프로젝트'(APEC나루공원) 등 3개 섹션으로 진행된다. 미국 중국 등 40개국 작가 190여명의 작품 200여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감정지수를 높일 수 있는 체험전도 있다. 경기도 장흥아트파크의 창의력 체험학습전 '눈사람의 상상나라-만화 문 열고 나가기'전은 기발한 창의력이 녹아 있는 작품 100여점을 감상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평범한 풍경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이중섭 화백의 미술세계를 소개하는 '해후 57,서귀포로 오는 이중섭 가족전',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사진의 60년 발자취를 보여주는 '한국사진 60년'전 등도 볼 만하다.

김경갑·박신영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