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등한 지 하루 만에 프로그램 매물에 발목이 잡혔다. 글로벌 신용위기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11일 '네 마녀의 날(지수·개별주식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쏟아져 나온 프로그램 매물이 반등을 가로막았다.

코스피지수는 9일 22.15포인트(1.50%) 내린 1454.50에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날 상승분(72.27포인트)의 3분의 1 정도만 반납한 것은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만기일까지 프로그램 매물이 6000억∼2조원 정도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수를 급락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날 프로그램 차익 매물(선물을 사는 대신 현물 주식을 파는 것)이 3364억원어치나 쏟아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7월11일(337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2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도가 겹쳐 증시는 반등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이 전날 기준으로 8조7000억원가량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이날 나온 매물은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만기일의 매물 부담을 덜게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까지 최근 나흘간 1조원 정도의 차익 매물이 나왔기 때문에 만기일에 대량 매물이 쏟아져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남아있는 프로그램 매물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10~11일 이틀간 나올 수 있는 매물은 적게는 6000억원,많게는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만기 때 5조8000억원에 달하는 매수차익 잔액의 대부분인 5조6000억원 정도가 9월물로 이월(롤오버)된 것처럼 이번에도 10일 1000억원과 만기일 5000억원 정도가 나오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9월물과 12월물의 가격 차이(스프레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더욱 긍정적이란 주장이다.

현대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8000억∼1조원 정도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2조원 이상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허수를 뺀 실제 매수차익 잔액이 4조8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매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그램 매물 예상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물량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물을 받아줄 구원투수 2명이 있다"며 "최근 지수 방어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연기금이 만기일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것이고,9월물 선물을 많이 들고 있는 투신도 현물 주식을 직접 사거나 12월물을 매수해 롤오버를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네 마녀의 날'이 큰 충격을 주지 않더라도 증시 반등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다시 달러당 1100원대로 올라섰고,펀드 환매에 대비하려는 투신이 대규모 순매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3분기 기업실적 전망도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물보다는 환율과 투신 및 외국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