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연수원을 매각하고 정규직의 10~15%가량을 감원키로 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본사 인원의 25%인 572명을 10월 초까지 영업점으로 발령내는 '본부 슬림화 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지점장 및 팀장급 이상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노조에서는 전체 정규직 직원(4600여명) 중 500~600명이 감원 대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측은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배치될 인원 중 200~250명의 퇴직희망서를 받은 뒤, 영업점에서 300~350명 정도를 추가 감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옮길 예정인 직원들과 이달 말까지 일대일 면담을 갖고 희망 퇴직을 유도할 계획이다.

SC제일은행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희망 퇴직 접수를 받아 10월 초에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라며 "남은 근무 기간 등에 따라 21~34개월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명예퇴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소식을 전해들은 직원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던 외환위기 당시가 떠오른다"며 동요하고 있다. 노조 측은 2005년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 노사합의 없이 강제 퇴직이나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사측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자들이 은행 부실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SC제일은행은 이에 앞서 30년 넘게 사용해 오던 서울 우이동 연수원을 농협문화복지재단에 175억원에 매각하는 등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금융계에서는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이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9000억원)보다 3조원(30.7%)가량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고 총자산이익률(ROA)도 지난해 상반기 1.52%보다 못한 0.90%에 그쳤다.

여기에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건비 부담이 당분간 늘어날 예정이어서 올해 말 은행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