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이 약효를 나타내기도 전에 기획재정부가 엉뚱한 주사를 놓는 바람에 부동산 시장이 그야말로 비명횡사할 지경입니다. "

국토해양부가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개편안은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받기 위한 요건으로 거주기간을 강화했다. 현재는 서울 과천과 분당ㆍ일산ㆍ중동ㆍ평촌ㆍ산본 등 5대 신도시의 1주택자가 '3년 보유,2년 거주' 요건을 충족시키면 양도세를 비과세 받을 수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수도권은 '3년 보유,3년 거주'로 지방은 '3년 보유,2년 거주'로 내용이 바뀐다. 수도권은 거주기간이 1년 길어졌고,지방은 2년의 거주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조건이 새로 생겼다.

지금은 지방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해당 주택에 살지 않아도 3년만 보유하고 있으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주택을 소유보다는 거주 수단으로 봐야한다며 없던 거주기간을 신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국토부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대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려던 대기 수요가 뚝 끊겼다.

"정말 미쳐버리겠다. "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이 말 한마디로 현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부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는 간단한 부처 협의는 고사하고,세제개편 내용에 대한 정식 통보조차 없었다"며 기획재정부를 대놓고 성토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언론의 취재 편의와 배경 설명을 위해 브리핑을 하면서 자료를 배포했다. 이러면서도 국토부에는 단 한 부도 자료를 주지 않았다. 공식 발표일인 이달 1일 오전에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 주택정책관에게 자료를 배포했다.

부동산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관련부처끼리 불협화음을 내는데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먹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