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입법예고된 '기후변화대책 기본법'을 통해서다. 이 법률이 제정되면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이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이 도입된다. 저탄소 첨단기술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육성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탄소중립적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도 갖추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에 대해 정책적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시행 시기가 빠져 있고,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에 대한 청사진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해 국제 사회가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기후변화 협상에서 압력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모인 세계 300여개 비정부기구 모임인 CAN(Climate Action Network)은 지난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평가 대상 56개 국가 중 48위로 꼽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기는 환경성과지수(EPI) 순위도 2006년 149개국 중 42위에서 올해는 51위로 하락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온실가스 의무감축에서 한걸음 비켜선 상태다. 그러나 영국은 지난해 '기후변화법안(Climate Change Bill)'을 통해 감축목표를 정하고 감축 목표치를 할당해 달성토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1998년 '지구온난화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책무와 배출량 공표 의무 등을 규정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유럽 각국은 탄소세나 기후변화부담금 도입에 적극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제2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려는 독일은 1999년 '환경친화적 조세개혁 도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세(석유세 전기세)를 신설했다. 2001년 기후변화 부담금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감축목표를 달성한 기업에 대해 부담금의 80%를 면제해 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각종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우리 실정에 맞도록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규모 감세가 핵심인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 재원을 마련하려면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녹색 교통정책도 유럽 국가들이 쓰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대대적인 자전거 보급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교통수송에서 차지하는 자전거의 분담률을 각각 26%,43%로 끌어 올렸다. 프랑스는 올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인 차량은 가격을 깎아주고,초과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CO₂배출 할인·할증제'를 도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소형차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800cc 이하 경차 비중을 40%대로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