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고향산천'이란 상호로 숯불구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귀례(51)입니다. 식당을 개업한 지 3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입니다. 점포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주방에 일하는 종업원 2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3남매를 둔 주부로 첫째와 둘째 아이는 모두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만 고등학교 3학년으로 뒷바라지가 필요합니다. 이전에 남편과 함께 정육점을 10년간 운영하면서 돈도 좀 벌었습니다. 좀 더 편한 업종을 찾고자 7년 전 시흥시 은행동에서 목욕탕을 열었으나 400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점포에서 5년 동안 '금강산'이란 상호로 영업해온 숯불구이 전문점을 인수했습니다. 보증금 4000만원,권리금 3000만원에 월세를 160만원 내는 조건입니다. 인수 후 테이블 교체와 간판 천갈이,육절기와 주방집기 일부 구입 등으로 600만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구이류 메뉴는 돼지갈비와 삼겹살(1인분 8000원),차돌박이(1만원),소갈비살(1만2000원) 등이고 식사류는 김치찌개 돌솥비빔밥 뚝배기불고기 갈비탕 된장찌개 등으로 가격은 대부분 5000원대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영업실적을 보면 월 평균 매출이 1400만원 정도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20~30명 정도로 약 15만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저녁에는 10팀 정도 고객이 옵니다. 최근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원가가 40% 이상 되는 것 같습니다. 인건비 300만원과 월세 160만원,기타 경비 등을 제하면 제 인건비는 없는 셈입니다. 생활비를 제하면 실제로 남는 게 없습니다. 해물탕이나 추어탕 전문점으로 업종 변경도 생각해 봤으나 경험이 전혀 없어 선뜻 내키지 않고 돼지고기 특수부위점과 김치찌개 전문점 등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것도 알아봤으나 가맹 비용이 부담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입지‥홍대-강변북로 2차선도로 인접, 아파트 적은 일반 주택가 상권

의뢰인의 점포는 홍대에서 합정역을 지나 양화대교와 일산으로 향하는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도로 우측 주택가에 있습니다. 점포가 있는 2차선 도로는 예전엔 망원동 주택가 중심부를 잇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 합정역에서 월드컵경기장을 연결하는 대로 인근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차 상권에 해당하는 반경 500m 이내에 7700여가구가 살고 있지만 인구는 고작 1만8000여명으로 가구당 인구수가 2.33명에 불과합니다. 아파트 비율이 10%에 불과한 일반 주택가 상권으로,중산층보다는 서민들이 많은 주거형 상권에 속합니다. 일시적으로 머무르거나 자녀는 없고 부모들만 사는 가구가 많습니다.

실제로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고 유아나 청소년층이 적은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많아,주택가이지만 활기가 떨어집니다.

마포와 여의도 신촌 홍대 등에 직장을 둔 20대 여성과 30대 남성이 많은 탓에 퇴근 시간대나 주말에 손님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가족 외식 수요는 거의 없습니다.

이 지역은 보수적인 소비가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수용도가 떨어집니다. 오래 되고 소득수준이 낮은 상권일수록 맛이 진해야 하고 대중적인 메뉴가 통합니다. 유사 업종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주택가 상권에서는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찾지 못하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걸림돌‥고기 양념 맛내는 노하우 부족, 테이블 밀집…식사공간 너무 좁아
의뢰인은 오랜 기간 장사를 한 경력에 비해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은 부족합니다.

10년간 정육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고기를 선별하거나 손질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정작 맛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고 고기를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가 부족합니다. 실제로 주메뉴인 돼지갈비는 진한 맛이 떨어지고 상차림도 부실한 편입니다.

신장개업 당시 이미지 개선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의뢰인은 점포를 인수해 새로 개업할 때 전면 간판 천갈이만 하고 몇 가지 메뉴만 변경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유리창 전면 선팅 부분에 이전 금강산 그림이 그대로 부착돼 있고 '숯불구이 전문점'이란 세로 간판도 그대로 입니다.

개업 초기 홍보활동도 열흘 정도 가격을 30%가량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전단지를 배포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영업이 부진하던 식당이 간판글씨와 주인 얼굴만 바뀐 형태입니다.

점포는 직화식 숯불구이가 아닌 착화식 무연 로스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연소되는 이 방식은 배기 문제를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지만 숯향이 고기에 배지 않고 조금만 지나도 고기의 수분이 말라 육즙을 유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테이블 간 거리가 너무 좁아 손님이 여유 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합정동 남경호텔에서 망원동 주택가로 향하는 2차선 도로변에 비교적 넓은 매장 면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근 지역에 분식센터나 조그마한 식당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금만 효율적으로 운영해도 경쟁력을 갖추고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서민층이 많이 사는 주택가 상권에 적합한 영업전략으로 점포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의뢰인이 원하는 기대 수익을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점포는 숯불구이 전문점과 한식당으로 인식돼 있으나 막상 숯불구이의 대명사인 돼지갈비는 가려져 있고 선술집 분위기에서 볼 수 있는 삼겹살 갈비살 차돌박이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민층이 선호하는 돼지갈비나 왕갈비 이동갈비 등 갈비 위주로 메뉴를 개편하고 갈비 맛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우선 숯불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착화식 무연장치는 환기가 용이하지만 직화구이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설치된 환기시설의 용량이 5마력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테이블까지 내려오는 주름 모양의 환기구를 설치한다면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리뉴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창가를 제외한 안쪽 테이블만 이 같은 상향식 닥터시설로 교체하면 직화숯불구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돼지갈비에 숯불의 향이 배면 현재보다 깊은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돼지갈비에는 부드러운 맛을 내는 소갈비 양념보다는 진한 돼지갈비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전통적인 양념을 사용하는 게 더 좋습니다.

주택가 상권의 돼지갈비집은 인위적인 홍보보다는 손님이 맛있다고 전하는 구전 효과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의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정성과 맛을 유지해야 합니다.

상차림도 보다 푸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원한 동치미나 묵은지,알타리 김치,고추장떡 등을 내놓으면 고기의 깊은 맛을 살리고 느끼함을 씻어낼 수 있고 추가 주문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정육점을 운영해 본 노하우를 살려 고기메뉴 주문이 들어오면 다양한 부속물을 곁들여 푸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식사메뉴로는 오후 시간대 주부 고객이나 주말 점심 가족 단위 손님을 겨냥해 갈비 정식이나 삼겹살 정식을 개발해 내놓는 것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9000~1만원대로 가격을 설정하고 1인분에 120m 정도 고기를 내놓고 돌솥밥이나 냉면을 포함시키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점포의 매장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리창에 예전부터 붙어 있던 금강산 그림을 떼어내고 '고향산천'과 어울리는 농부나 개울 등의 시골 풍경이 그려진 그림이 포함된 선팅으로 교체하고 단조로운 벽면 메뉴판도 새로 만드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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