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채권 발행 여건은 여전히 어려울 듯

최근 며칠간 금융시장을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로 몰고 갔던 '9월 위기설'이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위기설은 과장'이란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도 앞다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은행들과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9월 위기설'은 별 탈 없이 지나겠지만 앞으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 신용 문제없다"

S&P와 무디스,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이 내주 중 발행할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대해 기존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4일 일제히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3사 모두 한국에 국가신용등급을 바꿔야 할 정도의 위기요인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S&P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한국이 발행키로 한 달러표시 채권에 대해 기존 국가신용등급인 'A'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도 한국의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종전처럼 'A2' 등급(안정적)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피치 역시 한국의 장기외화표시채권에 'A+' 등급과 등급전망 '안정적(stable)'을 매겼다.

◆문제는 펀더멘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9월 위기설'과 관련,"국채 만기가 11일이면 종료되니까 금융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게 (그때 가면) 판명될 것이고 다음 주만 지나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며 "S&P와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레이팅(신용등급)을 바꿀 요소가 없다고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9월 위기설이 애초부터 '근거 부족'이었던 반면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는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외평채 발행이 시험대

당장 은행들은 여전히 중장기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급보증채권(CDS) 프리미엄은 4월 말 0.66%포인트에서 지난 8월 말에는 1.16%포인트로 급등했다. CDS프리미엄이 높을수록 가산금리가 증가,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도 지난 8월 이후 사실상 해외 채권발행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는 11일 1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만기 10년짜리다. 또 정부에 이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들도 오는 11월 말까지 총 10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들 채권이 좋은 조건으로 발행될 경우 '한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국내 금융시장에도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발행이 실패하거나 조건이 좋지 못하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자신하는 분위기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만 그렇지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경제 위기론을 말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정부의 외평채 발행이 성공할 경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심기/김인식/주용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