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큰 감동…장편소설 '부활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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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편소설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황석영씨의 ≪개밥바라기별≫의 발행부수가 한 달 만에 11만부를 넘는 등 국내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고 있으며 출간 종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장편소설 집중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문학전문 라디오 방송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장편소설을 집중 연재하는 문예지도 등장했다.
교보문고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는 황씨의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을 비롯해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 집≫(푸른숲),정이현씨의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 등이 외국 소설들을 밀어내고 상위권에 올랐다. 대산문화재단이 집계한 자료에서도 최근 1년간 출간된 장편소설이 189종으로 예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정부도 장편소설을 키우겠다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 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장편서사문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예진흥기금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금까지 정기공모사업 중 '문학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을 통해 시,시조,소설,희곡,평론,동시,동화,수필 등 전 문학 분야를 대상으로 문학 작품집을 발간할 계획이 있는 개인에게 건당 1200만원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문학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 사업 예산의 절반이 장편소설에 배정되며,건당 3000만원씩 주어진다.
예술위의 예술지원컨설팅센터 측은 "올해 문학부문 기금 지원 대상 총 137건 중 소설이 31건이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단편소설이었으나,앞으로는 이 부문에 할당되는 예산 12억원 중 6억원을 장편소설에 편성해 장편소설 집필을 독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화부는 이번달부터 국악방송에 문학 프로그램을 편성하고,내년 11월에는 광역시에 지역 문학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어 2012년에는 전국 방송이 가능한 문학전문 라디오방송국을 세울 예정이다.
장편소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문예지도 생겼다. 이룸출판사에서 발간하는 문학계간지 <자음과 모음>은 가을 창간호에서 "경장편과 장편 연재를 4편 이상 수록하겠다"고 밝혔다. 문학상도 단편이 아니라 장편에서 수상작을 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산문학상은 올해부터 장편소설로 수상작을 한정하기로 했다.
이용훈 예술위 문학 팀장은 "드라마,영화 등 문화콘텐츠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단편소설보다 장편소설이 '원 소스 멀티유스'에 더 적합하다"고 전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근 2~3년 동안 형성됐고,이런 분위기에서 장편소설을 계획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몇몇 문예지에서는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외국에서는 단편을 소설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우리 문학이 해외에 널리 소개되고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장편소설의 활발한 창작이 필수적"이라며 "장편소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좋은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거나 다른 장르의 원작으로 이전되도록 하는 등 사후 보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