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소가 정치권력 등 외압으로 선고에 영향을 받는 일은 결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3일 헌재 창립 20주년 기념 '세계헌법재판소장회의' 폐막식 참석에 앞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헌재에 접수되면서 헌재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선고를 늦추는 등 정치권력화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소장은 "분명히 말하지만 헌재가 권력의 눈치를 봐서 결정을 늦춘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이 시점에서 판결을 선언하는 것이 적절한지 내부에서 자체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에 판결이 예정보다 조금 늦춰지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간통제,종합부동산세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헌법소원은 올해 중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이 소장은 "간통죄는 공개변론을 마쳤고 종부세는 다음 주 변론이 예정돼 있다"며 "이 두 사안은 금년 안에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장관 고시와 관련된 헌법소원도 신속히 결론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헌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나치게 실용적인 미국의 판례와 너무 철학적인 독일의 판례를 종합해 제3의 길을 찾겠다"며 "이번 행사에서 우리의 헌법소원 제도 등에 관심을 갖는 해외 헌재소장이 많아 앞으로 이들 국가에 국내 시스템을 수출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