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계가 법인카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개인카드 시장에 못 미치지만 성장 속도는 법인카드 시장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9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법인영업실의 인력을 20% 늘리고 3개 팀으로 돼 있던 조직을 4개 팀으로 재편하면서 전략기획 기능과 신규고객 유치를 담당하는 팀을 새로 만들었다. 실적이 우수한 고객사를 초청해 조찬과 골프 라운딩 등을 진행하는 '블루칩 인비테이션' 행사를 분기별로 개최하는 등 법인카드 시장에서도 VIP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법인카드 취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나는 등 법인카드 부문의 영업 역량을 강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 롯데 등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은 그룹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법인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주거래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 중 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한은행과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거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각 공단 지점들을 통해 법인카드 고객을 늘리고 있다.

카드사들이 법인고객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은 개인카드의 경우 지난 상반기 중 이용금액이 4.5% 증가(전 분기 대비)하는 데 그친 반면 법인카드 이용액은 13.3%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사용금액의 경우 개인이 지난 상반기 155조원으로 법인(68조원)보다 많았지만 성장속도는 법인카드가 더 빨라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법인카드는 건당 이용금액이 커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수익도 높다. 상반기 개인카드의 건당 이용금액이 8만5004원이었던 데 반해 법인카드의 건당 이용금액은 47만2133원으로 높고 모든 결제가 일시불로 처리되는 것도 매력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매출 규모가 큰 데다 수익성이 높고 해당 고객사의 임직원들을 개인카드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교두보 역할도 하기 때문에 카드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