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ㆍ11 테러의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바로 매케인이다. "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가문이 총 출동해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지도력과 애국심을 칭송하면서 "매케인은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 가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가족이 나와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 지지연설을 한 데 대한 '맞불놓기'였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허리케인 '구스타브' 영향으로 첫날 행사가 대폭 축소됐으나 이날은 당원 대의원 지지자 등 수만명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센터를 빽빽이 메우는 등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국가를 위해 이라크전에서 산화한 미군 병사의 고결한 희생과 봉사내용을 대형 비디오 화면으로 엄숙하게 처리해 매케인 후보의 '국가 우선' 정신을 부각시켰다. 1990년대 미 경제활황의 초석을 놨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를 위한 추모 영상도 방영됐다.


이어 로라 부시 여사가 기조연설을 통해 매케인의 면모를 소개했으며,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부시 여사도 매케인 지지자들과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구스타브' 탓에 첫날 기조연설이 취소됐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위성중계된 화상연설을 통해 매케인의 소신과 용기를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전 미군 증파 사례를 언급하면서 "매케인은 미국이 전쟁에서 패하는 것보다 차라리 선거에서 지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퇴임하는 현직 대통령이 소속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불참한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때리기도 가세했다. 배우 출신인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은 "오바마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며 가장 경험이 없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200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무소속)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신있게 미군의 이라크 증파를 주장한 매케인과 달리 오바마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예산을 삭감하는데 투표했다"며 "매케인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했으나 오바마와 매케인 간 지지율은 벌어졌다. 1일 갤럽 조사 결과 오바마는 50%,매케인이 42%,같은 날 라스무센 조사에선 오바마 51%,매케인 45%를 기록했다. 오바마 지지율은 민주당 전당대회 폐막 후 5%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당대회 개막 전에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45%의 동률을 이뤘다.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대선후보 일일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돌파한 것은 1976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 이래 최초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