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의 무차별 투매로 무너지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KIKO 손실 확대 우려로 매물이 쏟아진 반면 매수세는 공백상태여서 코스닥지수는 410선까지 일방적으로 밀려 2005년 1월 이후 3년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프로그램 매수 같은 안전판이 없어 지수 급락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 투매에 속수무책

2일 코스닥지수는 4.80% 급락한 418.14로 장을 마쳐 코스피지수에 비해 4%포인트 이상 더 떨어졌다. 이로써 코스닥지수는 이틀새 11.1%,일주일 동안에는 13.7% 추락했다.

이는 코스피 지수 하락률의 두배를 넘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틀간 시가총액 7조6886억원이 날아갔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급반등한 이후 개인들의 투매물량이 쏟아지자 급락세로 돌아서 2005년 1월12일(414.63)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하한가 종목은 전날 141개에 이어 이날도 108개나 됐다.

개인들은 전날 273억원에 이어 이날에도 236억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55억원 순매도를 보여 수급구조는 거의 무너진 상황이다.

대형 우량주들도 기관의 로스컷(손절매)까지 가세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1위인 NHN이 4.30% 급락한 것을 비롯 하나로텔레콤(-2.07%) 메가스터디(-3.91%) 다음(-3.98%) 현진소재(-6.44%) SK컴즈(-12.40%) 서울반도체(-13.72%)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 부장은 "금융시장 불안에 공포감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투매에 나서면서 코스닥지수가 기술적 지지선인 420선마저 일시에 뚫고 내려갔다"며 "그동안 코스닥시장을 지켜왔던 우량주들마저 속절없이 급락해 지수가 2004년 7월의 사상 최저점인 320선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환율급등 피해 우려 커

개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수 없는 코스닥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프로그램 매매나 선물시장 등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어 극도로 악화된 투자심리가 고스란히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을 받아줄 세력이 없어 팔자는 물량이 조금만 나와도 주가가 급락한다"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자체가 의미를 잃고 투자심리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저점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자금조달이 힘들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본격화되면서 테마주마저 힘을 잃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외면 현상이 더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적지 않은 코스닥 기업들이 통화옵션 상품인 KIKO 손실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도 코스닥지수를 짓누르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환율이 1130원마저 돌파하면서 KIKO 관련주들의 3분기 추가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란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투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단 투자심리 악화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저가 매수 시기를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진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