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2일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대량 매수로 전날의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장중 코스피지수 1400선이 무너지는 등 '9월 위기설'의 여진에 시달렸다.

잠복한 악재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추석연휴 전인 다음 주말까지는 시장이 살얼음판 같은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만기일이 집중된 오는 9,10일과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인 11일로 이어지는 사흘이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한때 전날보다 16포인트 이상 올라 143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상승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508억원어치를 내다팔며 11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간 데다 기업들의 자금위기설이 진위 여부를 떠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14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 장 막판 가까스로 1400선을 회복한 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 하락폭이 과도하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점인 지난해 10월31일(2060)에 비해 31% 하락한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46%나 떨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원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15% 이상 추가적인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2003년과 2007년 사례를 들며 고점 대비 50% 정도 하락하면 조정폭에서는 어느 정도 내려올 만큼 내려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낙폭 과대를 제외하면 곳곳에 지뢰밭이 산재해 단기 반등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수는 큰 폭으로 빠졌지만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 이익전망치가 내려가면서 오히려 올라갔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8월 주가 하락보다 기업이익이 더 가파르게 내려가 9.2배였던 PER가 지난달 말에는 10배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머징마켓 PER 평균치보다 높아져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MSCI지수 기준 한국 증시 PER는 10배인 데 비해 이머징마켓은 9.9배로 밸류에이션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주요 이머징 국가들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뜻이다. 이 같은 역전은 월간 기준이지만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내주에는 '산 넘어 산'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국고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9일 6000억원에 이어 10일 5조3000억원으로 이틀간 5조9000억원이 몰려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조달금리와 한국 국고채 금리 간의 차이를 고려할 때 재정거래(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재투자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채권이나 외환시장의 반응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은 두 번째 맞는 '네 마녀의 날'이다. 코스피200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선물·옵션의 동시 만기일이다.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9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만기일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9월 위기설이 진정돼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데는 추석을 앞둔 내주가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