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관련株들이 계속되는 금융불안 여파로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굵직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속속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급등과 증시 폭락까지 이어지면서 M&A 기대감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기업선진화방안에 포함된 공적자금 투입 상장사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칠 치며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매각작업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쌍용건설은 오후 1시22분 현재 전날보다 1500원 내린 8500원까지 밀리며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의 자금줄 군인공제회가 발을 빼면서 매각 기대감이 급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중으로는 새주인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도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틀째 하한가로 추락하며 이날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대우인터네셔널 측은 "영업 부문에서도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고, 특별한 변동상황이 없는데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난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을수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우인터내셔널 주가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원유 가격 약세 등 지나친 우려 때문"이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수출입은행 등 주요 주주의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매각이 내년 중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관리공사와 수출입은행의 지분율은 각각 35.5%, 11.6%씩이다.

우리금융 역시 2.97% 내린 1만3050원을 기록하고 있고, 장중 한때 1만295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정부의 1차 공기업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되며 가장 주목을 받았던 한국토지신탁도 지난달초 매각기대감으로 16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약세를 거듭하며 지난 7월 8일 기록한 52주 최저가 1000원에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그 밖에 대우증권과 현대건설, 쌍용양회, 하이닉스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우선협상대상사 선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3만원대 언저리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이 같은 M&A 관련株들의 약세는 금융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각이라는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 기회가 다가오는데도 환율급등과 외국인 이탈 등 금융시장이 악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하고 있는 것이 주원인"이라며 "특히 M&A로 몸집을 불렸다 역풍을 맞고 있는 금호그룹이나 두산그룹 등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M&A 무산 우려까지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로 판단된다"면서 "심리적 요인은 단기적이지만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장기적으로 양호한 만큼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